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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사 빼앗기, 중국의 노림수는?
고구려사 문제로 물의를 일으켰던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서 1945년
이전의 한국 역사를 완전히 삭제했습니다. 지난 4월 고구려 부분을 삭제한 것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인데요. 그동안 우리 정부가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시정을 요구했지만 중국 정부는 아예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역사문제연구소 이신철
박사>와 함께 짚어봅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까 정말 1945년 이전의 한국사를 삭제했는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신철
박사 “그야말로 상당히 외교적으로 대응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소지 자체를 없애는 측면이 하나 있겠고, 그러면서 또 다른 왜곡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일본의 전근대사 부분, 태평양 전쟁 이전의 역사도 같이 삭제를 했습니다. 이것은 일본에 대한 대응도
하고 한국사도 똑같이 삭제해서 문제의 소지를 없앴다고 주장하는 측면이 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근대 이전의 역사를 삭제해버렸다는
것은 원래 중국과 일본은 기본적으로 양국이 조선을 청일 전쟁 이후 자주 독립국으로 인정하기 이전에는 양국에 종속됐었다는 식의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이 계속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여전히 열어두고 있는 것이죠.”
◎ 사회/정범구
박사 -지난 4월 22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의 한국 소개 부분에는 ‘AD 1세기 전후해서 조선 반도 일대에
신라와 백제가 출현했다고 하면서 고구려를 뺐는데요. 6일 자를 보니까 1948년 8.15 이후의 역사만 기술하고 있군요. 일본도 전쟁 전 부분은
삭제했다는 말씀이죠?
◑이신철 박사 “일본에서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고 있는데 사실 중국 외교부에서 그 설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일본의 전근대사를 서술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 외교부가 문제제기를 하니까 그 부분까지도 삭제한 거죠.”
◎ 사회/정범구 박사 -중국의 이런 고구려사 왜곡은 동북공정의 한 부분인데요.
이 교수님께서는 일본이 패권주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과거사를 왜곡하는 것과 비슷한 길을 중국이 가고 있다는 지적을
하셨죠?
◑이신철 박사 “고대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한다는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소련이 붕괴된 이후로 세계 질서 전체가 재편되고 있는
과정인데 동북아 역시 마찬가지죠. 그런데 일본이 우경화되면서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아주 노골화하고 있고, 중국이 거기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도 애국주의를 앞세워서 패권주의적인 경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또 어떤 분석을 보면 큰 틀에서 중국이 사회주의로는 더
이상 자국민들을 동력화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그 자리를 민족주의로 대신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는데요.
◑이신철 박사 “그런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이 문제를 자꾸 제기하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북핵 문제 등에 대해서 상당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 그런 주도권 뿐 아니라 과거 역사에 있어서도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했었다는 것, 그것이 지금도 현실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시도죠. 또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또 하나는 국내적으로 만주 특히 연변 지역에 있는 주민들이 동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조선족들이죠.
그 사람들에게 애국주의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중화주의로 통합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내 통치용으로도 아주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중국이
다민족으로 이뤄진 국가 아닙니까? 그래서 중국영토 내에 있는 모든 민족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 역사 작업을 해가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이신철 박사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동북공정은 티벳 등 변경 지역의
문제들을 차례대로 정리해 가는 과정에서 현재 동북 지역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적으로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족에 동화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책이 오히려 더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조선족에 대한 대우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고
생각됩니다. 조선족의 독자성을 인정하지만 당신들은 중국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구체적으로 동북공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떤 배경에서 추진되는지 설명해 주시죠.
◑이신철 박사 “동북공정 자체는 연구 프로젝트를 일컫는 말입니다. 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의 동북 3성의
역사, 문화, 현재적 과제 등을 전체적으로 연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것은 2001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했고, 2002년에 공식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예산은 24억 정도 배정됐고, 5년간을 한시적 기간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동북 3성 협의회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앙 정부의 지도와 허가를 받아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중국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동북공정이라는 것이 연구 프로젝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중국은 먼저 연구를 해서 그 결과를 외교나 교육에
반영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거꾸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즉 외교적 필요성 또 국민 교육의 필요성 때문에 이런 것을
추진해 오다가 학문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에 와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보는데요. 예를 들면 고구려 문화재의 세계 유산 등록이라든지
신화통신이라는 공식적인 언론 기관을 통해서 고구려를 자기 역사라고 언급한 것이라든지, 외교부 홈페이지에서의 한국 고대사 삭제 등이 그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연구기간이 아직 3년 이상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업이 먼저 되고 있고, 내년에 교과서에까지 반영한다는
식으로 거꾸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중국이 이런 고구려사 문제를 포함해서 역사 왜곡을 시도한 것이 언제부터인가요?
◑이신철
박사 “사실 이것은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60년대부터라고 보는 시각도 있구요. 그러나 중국이 한국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입니다. 한중 수교 이후 우리나라에서 많은 분들이 중국으로 관광을 가서 고구려와 발해의 유적지를 다니면서 깃발을 흔들고
다녔죠. 실제로 그런 것이 중국 측을 긴장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조선ㆍ청나라 시대부터 만주 지역의 소유권 자체가 불분명 했고,
일본이 1905년에 강제로 을사조약을 체결하고, 1909년에 한국의 외교권을 대신해서 간도 협약을 맺었습니다. 을사조약이 불법이기 때문에 간도
협약 자체도 불법적인 것이 되는 거죠. 또 일본이 제국주의 시절에 맺었던 국제 협약은 전쟁에 패함으로써 다 무효가 됐는데 이 협약만 살아남았다고
주장하기도 힘든 거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통일된 이후에는 실제로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통일 한국의 외교력과
영향력이 커질 것에 대비해서 그런 것들을 사전에 차단해 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한국이 통일되면, 중국으로서는 변방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겠군요.
◑이신철 박사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식민지로 될 때도 러시아, 중국, 미국, 영국 등 모든 제국주의 나라들이
그 지역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그런 것들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또 만약 우리가
흡수 통일을 해서 지금의 한국이 주도권을 장악하게 됐을 경우 중국으로서는 그런 문제들이 반드시 제기될 거란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또
하나는 지금의 북한 지역에 대한 영향력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 전쟁 때도 국군이 평양을 점령하고 들어갔지만 사실상 행정적인 권리나 법적인 권리는
한국 정부가 갖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똑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흡수 통일이 된다고 해서 북쪽에 있는 정치권력을 남한정부가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말이 안 되고, 결국 휴전협정 체제 자체가 조중연합사령부와 미국간의 협약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로 남아 있는 거죠. 그것들을 통해서 북쪽 지역에 대한 현실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고 그 역사적 근거를 고구려 역사로부터
가져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중국 쪽의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서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이신철 박사 “상당히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북쪽은
북핵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가 너무나 크고, 현재 그것을 중재해 줄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습니다. 그런 문제들 때문에 역사 문제를 제기해서
중국과 마찰을 일으키게 되면 북한이 가지게 되는 위치가 상당히 위축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외교라인을
통해서 항의하고, 교육부는 고구려 연구 재단을 통해 대응하겠다는데요. 우리 정부의 대응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이신철 박사 “외교부 당국자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북핵 문제가
걸려있고, 그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또 일본이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중국도 우리와 같은 피해자의 입장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연대도 필요하죠. 또 하나는 냉전시대 한미일 동맹의 냉전 의식이 아직
남아있는 측면이 있고 여러 가지로 상당히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외교부가 어떤 대안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일본과 중국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입니다. 일본 교과서 문제가 80년대 초에 처음 제기됐는데, 아직 그런 문제에 대해서 총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연구재단이나 관련 기구들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2년 전에 겨우 한일 역사 공동 연구위원회라는 기구가 생겼죠. 그에
비하면 중국 문제가 불거진 것은 1년도 채 못 됐는데, 벌써 60억 이상의 예산을 투자한 고구려 연구 재단이 만들어졌고, 외교부가 일본에 대응할
때 보다 더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 방향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한, 중, 일 그리고 북한까지도 얽혀있는 문제인데 이런 문제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려는 시각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문제에
대해서 항상 즉자적인 대응을 많이 했었는데, 아직 우리 정부의 대응 수준은 그 단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고구려사 왜곡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 방식이 관 주도
방식인 것에 대해서 비판적이시죠? 어떤 대안이 있겠습니까?
◑이신철 박사 “그렇습니다. 우리가 일본 문제에서
중요한 경험을 얻었죠. 일본 내에 자기 역사를 올바로 하려는 세력들이 아주 많고 그들과의 연대가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중국과도 그런 것을
대비해야 하는데 그런 준비가 안 되고 있구요. 이 문제는 시기와 사안에 따라 중국과 연대할 부분이 있고, 일본과 연대할 부분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총체적인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하고, 이 문제를 직접 중국과 교류하면서 풀어나갈 수 있는 시민단체 등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합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도 그 교과서의
배포를 금지하는 데 한일 시민간의 연대가 위력을 발휘한 바 있었죠.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중국의 치밀한 장기적 국가 발전 전략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이것을 단순히 역사 왜곡에 대한 대응 수준을 넘어서 국가 전략 차원에서 바라 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컷뉴스 200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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