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중국의 음모는 역사주권 침해행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마침내 정치권으로 옮겨가 국회 차원에서 대책 마련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서 정부수립 전의 한국사를 전면 삭제한 데 이어 주한 중국대사관이 한 때 중국을 방문하려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비자 발급을 거부한 일을 놓고 여야 모두 역사왜곡과 주권침해라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6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는) 민족의 정체성을 흔드는 일"이라며 "중국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는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며 "과거사를 바로 세운다고 해서 심지어 동학혁명으로 거슬러 가면서 큰소리친 반만의 노력이라도 고구려사 지키기에 썼느냐"고 반문했다.

박 대표는 오는 13일 리빈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 항의하는 한편 한나라당 차원에서는 주한 중국대사관을 항의 방문하고 중국 정부에 항의서한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여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정면 대응할 국회 대책기구 마련 한 목소리

애초 방일 평가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던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도 6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및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의 정부 수립 전 한국사 삭제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국회 안에 공동 대책기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천 대표는 "고구려사는 우리 민족의 고대사라는 것이 역사적 진실이며 역사왜곡 시도가 있었다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중국 정부가 고구려사 왜곡을 포함해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정부 수립 이전 한국사를 삭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천 대표는 "이 문제야말로 남북이 공동 대처하기 적절한 문제라고 본다"며 "이에 대한 북한측 입장 알아본 뒤 남북한 공조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남북공조를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국회 차원의 전체특위를 구성할 것인지, 아니면 통외통위와 교육위, 문화관광위 등 관련 상임위의 연석회의 형태로 특위를 구성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놓고 한나라당 등 야당과 협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한편, 한나라당도 고구려사 문제와 관련해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며 여당에 공동대책위를 제안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국회 차원의 특위가 조만간 구성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이와 별도로 당내 국제위원회(위원장 박진)를 통해 빠른 시일 안에 중국대사관을 항의방문,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해명을 요구할 예정이다.

박진 의원은 6일 기자들을 만나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해방이전 한국사가 삭제된 경위와 국회의원들의 중국방문비자가 취소된 경위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며 "나아가 중국이 한국의 정통사를 부인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민족의 자존심을 걸고 당당하게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면서도 정부여당의 외교 저자세에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박진 의원은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 장관 면담과 상임위를 소집해 정부의 소극적인 외교관계를 지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박 의원은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 의원들의 중국방문이 취소된 것과 관련, 이 모임 소속의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등 '비주류' 인사들도 이번 사태에는 당 차원의 적극적인 협력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중국 당국이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대한민국 이전의 역사를 모두 삭제한 것은 우리 역사를 중국에 편입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며 "조용한 외교를 계속 해오다가 결국 이런 사태는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꼬집었다.

임종석 열린우리당 대변인도 구두 논평을 통해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나 신사참배 등을 통해 역사왜곡이 아시아 국가의 선린우호에 치명적임을 잘 아는 중국이 최근 동북공정이라는 계획 아래 사실상 중국 정부가 주도해서 역사 왜곡한다면 아시아에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며 "공식적인 외교채널과 정치권과 민간이 함께 참여해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족정기국회의원모임 "중국의 음모는 우리 역사주권을 침해하는 강탈 행위"

이와는 별도로 여야 의원 71명이 소속된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회장 김희선)'은 6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몇 년간 추진해온 중국 동북3성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학계 차원의 순수 연구 테마가 아닌 중국정부 차원에서 추진돼온 역사왜곡이 자명하다"며 "고구려는 물론 고조선 발해와 같은 우리 고대사 전체를 중국 역사에 흡수하려는 중국의 음모는 우리 역사주권을 침해하는 강탈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모임에서는 "국회 차원의 중국역사왜곡특위 구성을 추진해 '동북공정'에 맞서는 논리적이고 공세적인 고구려사 연구를 지원하겠다"며 "또한 중국 역사왜곡에 대한 남북공동 대응을 위해 남북 정치인 교류를 추진하는 한편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영문 국호를 COREA로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도 6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패권주의적 자세이며, 이를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의원들의 비자발급을 지연시키는 것은 더 큰 문제"라며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중국은 1996년부터 고구려사 문제를 준비해왔는데 우리 사회에는 고구려사 연구자가 5명밖에 없다"며 "우리 정부의 미온적 대처도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키워온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와 북한 당국에 대해서도 "북한 전역에 산재한 고구려 유적과 역사적 자료에 대해 정부차원의 공동발굴·조사·보전 등 고구려사와 관련 남북공동대응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노회찬 의원도 6일 오전 9시30분 경기도 용인 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청소년 정치캠프 강연을 통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파동은 한국 정부의 굴욕적 대미의존 노선과 대일 저자세 외교노선이 낳은 자업자득"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노 의원은 또한 "장기적인 동북아 평화체계 구상과 이에 기반한 외교 노선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고 정부 외교정책을 비난하며 "북한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파동에 대해 입을 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 이한기,박형숙 기자 200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