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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사 왜곡> 수교 12년 韓中관계 새 국면
한.중 관계가 `고구려사 왜곡'을 둘러싸고 수교 12주년만에 전환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짧은 기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한 양국 관계는 `역사전쟁'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국익앞에서는 냉엄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한국으로선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민족의 혼과 정체성을 빼앗는 중차대한 사항이어서 정부와 정치권, 시민가릴 것없이 모두가 `우리 역사를
제대로 찾아야 한다'는 한마음이다.
어쩌면 고구려사 왜곡은 차라리 잘 된 인일지도 모른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중국과의 외형적인 관계발전에 안주해있는 마당에 `고맙게도'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하는 `뇌성벽력'이 쳤다는 얘기다.
교역.경협 확대와 북핵 문제, 탈북자 문제등을 의식, 지나치게 신중했다는 지적을 받은 대(對)중 외교정책이 정면 대응으로 선회하는 계기가
됐고, 중국 문물이나 사상을 우러러 보는 모화(慕華)사상에 젖어있던 상당수 정치인, 시민들에게 고구려 사 왜곡은 혼을 뒤흔드는 `일갈'이었다.
고구려사를 자국 변방사에 편입하려는 중국의 속내를 확실히 알게 됐고, 중국이 패권주의 추구한다는 내용의 `중국위협론'도 서방의 편견만은
아니라는 경각심 아래 이에 냉철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
반면 중국은 한반도 통일후에 대비, 만주지방에서의 혼란을 미리 막는다는 이유로 고구려사 왜곡을 시작했지만 한국의 거센 반발에 당황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권력 견제 장치가 없어 곧잘 정책상의 실수를 범하고 나서 이를 슬쩍 덮어버리고 관행에 젖었던 중국 당국은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 역사를 삭제하는 `진실 회피성' 미봉책으로 한.중 외교 마찰 진화에 나섰지만 한국정부와 국민에겐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조치'일
뿐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양식있는 학자와 일부 외교부 관리들은 중국 외교에 일대 오점을 남기는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내심 인정하는 분위기이지만
공론화할 수 없이 귀엣말 수준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는데 고민과 고심이 있다.
진시황(秦始皇)의 분서갱유(焚書坑儒) 규모를 수십배 능가하는 `고구려사 왜곡' 이 결국 실패로 끝날 수 밖에 없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셈이고, 평화를 유난히 강조하는 `허핑줴치'(和平굴<山+屈>起:이웃과 평화속에 우뚝 일어선다) 외교정책 의 허실이 드러났다고
탄식하는 분위기가 일각에 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2월 사회과학원을 앞세워 고구려사 왜곡의 산실인 `동북공정(東北工程)' 출범을 주도한 공산당은 그러나 고구려사
자국 편입 시도를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자칫 한.중 외교전은 장기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짙은 편이다.
중국은 한국의 거센 항의와 반발 속에서도 일부 교학 교재에 고구려사 왜곡을 조장하고 있고, 일선 학교들에 대해 고구려사를 자국사로 기술해
가르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주중 한국 대사관 표정= 주중 한국대사관은 고구려사 홈페이지 삭제 파문 초기에만 해도 전면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발전한 한중관계가
갈등관계로 전환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눈치가 역력했지만 중국의 미봉책을 확인한 정부의 지시로 정면 대응 으로 돌아섰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면적이 크고 인구가 많은 대국이라고 해서 지레 저자세를 취할 필요가 없이 국가대 국가로 당당히 맞서 한국의
힘과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또 다른 관계자는 후세에게 올바른 역사를 물려줄 책임이 우리 세대에게 있다고 지적하고 경제와 북한, 통일 문제도 중요하지만 고구려사를 바로
잡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역설했다.
한 외교관은 중국은 궁극적으로 고구려사 왜곡을 시정할 뜻이 없이 미봉책을 지속할 의도로 보이기 때문에 고구려사 왜곡은 이제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고, 어쩌면 먼 어둠의 터널에 막 진입한 셈이라며 장기전을 내다봤다.
그러나 한중 수교이후 상당수 한국인들이 동북3성 지방에 와 "만주땅은 옛날 우리의 영토였다"고 주장하고 다닌 점이 중국 정부측을 자극했을
것으로 보고 앞으로 이런 발언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은 또 고구려사 왜곡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많은 역사학자들이 고구려사 중 고대사 연구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국 교민 반응=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라고 중국을 똑바로
알게된 좋은 기회가 됐다는 자성의 소리가 높았다.
중국과의 무역. 경협은 계속 확대해 나가되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산 교훈을 얻었다는 것.
베이징(北京) 생활을 시작한지 몇달밖에 되지 않았다는 한 교민은 모화사상에 젖어 지낸 것이 부끄럽다며 중국 사람들은 왜 어렵게 얻은 친구를
적으로 돌리려 하는지 "참으로 바보같다"고 말했다.
베이징 부근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 교민 사업가는 중국 직원들이 겉으로는 한국 경제발전과 한류를 우러러 보는 척하면서 "한국은 옛날에
우리에게 조공을 바치던 식민지였는데.."라는 속마음을 읽은 적이 있어 경악했던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 다.
그러나 상당수 중국인 친구들이 고구려사 왜곡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교민들도 있었다.
◆중국 외교부 표정= 한국정부와 국민의 거센 항의와 반발을 고려, 나름대로는 고심에 찬 어려운 결정을 했는데 항의 강도가 더욱 거세지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내심 깔려있는 듯하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이번에 큰 실수를 한 것같다. 고구려사 문제가 한.중간 역사전쟁으로 비화되면 한.중관계는 물론 중국 외교에 치명타가
될 텐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반응이 엇갈렸다.
한 전직 중국 외교관은 `중국 위협론' 불식을 위해 그동안 외교부와 학계가 기울여 온 노력이 `고구려사 왜곡'을 계기로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을 우려했다.
외교부는 그러나 대외적으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주일 대사로 내정된 왕이(王 毅)부부장이 지난 2월 방한 당시 "고구려사 문제가 양국
관계를 손상하지 않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한국 정부에 약속한지 두달만에 홈페이지에서 일방적으로 고구려사를 왜곡한데 이어 시정 조치는
커녕 미봉책에 그쳤기 때문이다.
`고구려사 왜곡'은 중국의 외교 전략면에서 실패라는 지적이 일부 외교관사이에서 일고 있지만 감히 공론화할 엄두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서방 외교 소식통들이 귀띔했다.
`허핑 줴치' 외교 정책을 표방하고 나선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으로 수교 12년만에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한 한국과의 관계를
손상하는 것은 표리부동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국의 이같은 이중 잣대는 결국 패권주의 추구 야욕이 있음을 전 세계에 공포하는 셈이고,
어렵게 얻은 우방을 잃는 우를 범하는 등
백해무익이라는 자성론이 일고 있지만 아직 귓속 말 수준이다.
◆중국 시민 반응= 중국 언론은 최근들어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한 보도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아마 한국과의 외교 마찰을 피하려는 중국 당국의 주문 때문으로 추정되지만 이 때문에 이를 제대로 아는 시민이 드물다.
다만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냐는 질문에 "초.중.고에서 고구려사를 외국 역사로 배운 기억이 난다"고 답변할 뿐이다.
시민들은 한편으로 현재의 한국 경제와 문화를 부러워하고, 한국은 작지만 강한 나라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물론 과거에 상당부분 중국의 지배권에 속했다는 역사를 알고 자부심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실용주의자들 답게 과거에 크게 얽매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고구려사 왜곡 배경= 고구려사를 자국사에 편입하기 위한 동북공정은 지난 2 월 시작됐다.
한반도가 통일후 한국이 통일 조국의 위세와 만주지방의 200만의 조선족을 등에 엎고 만주의 영유권 주장을 들고 나올지 모른다는 공산당
내부의 우려가 작용했다.
무엇보다 소수민족 정체성과 통일성 유지를 우선시하는 공산당은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는 방편의 일환으로 고구려사를 자국사에 편입,
이같은 우려의 소지와 동북 3성 지역의 소요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당국이 사회과학원을 중심으로 한 동북공정에 동북 3성이 당 선전부를 포함시켰고, 올해 들어서는 발해사 왜곡까지 나서고 있어 새
국면에 접어든 양국관계의 앞날이 주목된다. (연합뉴스 / 조성대 베이징특파원 200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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