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왜곡과 정부 대처전략

주중대사 소환도 일각서 제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정부의 기본 방침은 `역사는 양보 못한다'로 요약된다.

고구려사는 한민족의 뿌리인 만큼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한민족의 역사로 지켜내겠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6일 "우리 민족의 뿌리를 포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 대(對) 중국관계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응할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후 3시 이수혁(李秀赫) 외교부 차관보 주재로 외교.교육.통일부. 국정홍보처.NSC(국가안전보장회의).국무조정실 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고구려사 왜곡 대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 현재 정부가 중국 당국에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는 고구려사는 우리 민족사의 불가분한 일부로 양보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며 따라서 중국은 외교부 홈페이지 복원은 물론 중국의 지방정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왜곡조치, 출판물에 의한 왜곡조치에 대해서도 중지 및 시정하라는 것이다.

전날 저녁 중국으로 향한 박준우(朴晙雨)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도 중국 외교부의 관계자들을 만나 정부의 이런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향후 중국의 반응 정도에 따라 그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 일각에서 강한 항의표시로 주(駐) 중국 대사를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부 입장이 이처럼 강경한 이유는 중국 정부의 고구려사 왜곡이 단순한 `사건' 이 아니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내에는 현재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해 중국 당국이 사회주의 이념과 체제가 더 이상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작동하지 못하자 대체 이데올로기로 ` 민족'에 집착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고구려사 왜곡이 빚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5일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문제의 고대사 부분을 포함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의 역사기술 부분을 삭제한 중국 당국의 결정에, 정부가 실망과 유감을 표시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는 또 고구려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북한과 공동전선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북측에 고구려 고분과 벽화 등 유물 보존.보수.복원에 대한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제의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가능한 전달 채널을 모색 중이다.

남북의 공동전선은 지난 6월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에서 열린 제28차 유네스코(UNESCO.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유감없이 발휘됐었다.

사실 한국.중국.일본 3국은 최근 역사전쟁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고구려사 왜곡 문제는 한-중 외교문제로 번진 상태이고, 중-일은 센카쿠( 尖閣)열도 영유권 분쟁을 포함한 역사갈등이 7일로 예정된 양국의 아시안컵 결승전의 감정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지만 독도를 둘러싼 일본 의 억지 주장은 언제든 한-일 외교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고구려사 왜곡으로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은 다른 한편으로 센카쿠열도를 강점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최근 3년간 정상외교를 중단할 정도로 강하게 대처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배긍찬(裵肯燦)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한.중.일 3국이 자국 중심의 편협한 민족주의 역사관을 뛰어 넘어 새로운 역사기술을 통해 동북아 지역의 정체성 확립을 목표로 하는 `동북아 역사공동위(가칭)'를 발족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200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