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 여론 주시·‘역사전쟁’장기화

고구려사 왜곡을 둘러싼 한·중 역사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중국 당정 고위인사들은 6일 박준우 외교통상부 아태국장과의 면담에서 양국관계가 손상을 입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론만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의 고대사 왜곡 시정 요구를 받아들일 성의는 거의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고대사 왜곡문제를 조기 진화하는 차원에서 한국 고대사·근대사 부분을 전면 삭제했으나 한국측이 예상 외로 강력하게 반발하자 당혹스런 눈치다.

그렇다고 당장 중국 외교부가 우리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베이징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한 것 자체가 향후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 원대한 ‘그림’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자국민에 대한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고취하기 위해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의 산물인 만큼 해결의 가능성은 그만큼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2백만명의 조선족을 아우르고 영토문제에 관한 한 한치의 땅도 다른 나라에 양보할 수 없음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더욱이 외교부 홈페이지 수정이 외교부 차원이 아니라 공산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조기 해결 가능성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공산당 일당독재의 특성상 당이 내린 결정을 정부기관이 번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역사 평가문제는 이데올로기와 연관된다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공산당 지도부가 “대외관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도록 그들을 설득해야만 이번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측은 시간을 끌면서 한국측 여론 향배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다음 양국 국민의 감정을 더 이상 손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를 우리측으로부터 끌어낸 뒤 양국 학계에 바통을 넘기는 선에서 마무리지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측의 반발이 완강할 경우 방향을 급선회할 여지가 남아있기는 하다.

그러나 경제력 급성장에 힘입어 중화사상에 바탕을 둔 민족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도 강화되는 마당에 중국이 우리측에 선뜻 양보할지는 의문이다. 이에 따라 한·중간에 벌어지고 있는 고구려사를 비롯한 고대사 역사 논쟁은 단기간에 해결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해지고 있다.

(경향신문 / 홍인표 베이징특파원 200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