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中…마찰 불가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정부가 적극 대응키로 방침을 굳혔다. 중국은 자국 홈페이지에서 고구려를 삭제한 데 대한 한국의 항의가 이어지자 해방 이전 역사를 모두 삭제하는 ‘어이없는’ 해법을 제시했다. ‘고구려를 살려달라’고 하자 고대사 전체를 날려버린 셈이다. 외교부는 아태국장이 직접 중국을 방문해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박준우 외교부 아태국장은 5~7일 중국을 방문, 중국 외교부 고위관리들을 대상으로 고구려사 왜곡문제에 대해 재차 엄중 항의할 방침이다.

협상에 임하는 외교부의 입장은 상당히 강경해 보인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양국간에 어느 정도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구려사 문제를 북핵, 탈북자, 무역관계를 비롯, 양자관계의 현안과 별개로 강경하게 취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중간의 양자관계를 고려해 전면대응을 피해온 정부가 이처럼 강경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중국의 개입이 더 이상 민간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임이 분명해져서다. 우리 정부가 묵과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항의만 전하는 ‘외교적’ 입장을 취하다가는 악화되는 국내 여론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문제는)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역사왜곡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해지지 않고는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를 삭제함으로써 중국 정부의 개입 증거가 확보됐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가 이날 홈페이지에서 한국 과거사를 들어냄으로써 우리로선 공격논리를 잃게 됐다. 중국측은 문제가 된 홈페이지를 수정한 만큼 문제를 확대하지 말자고 할 경우 대응논리가 군색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정부가 해결의지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종전 합의대로 학술단체의 연구에 맡긴다는 두루뭉실한 결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러나 박국장의 이번 방문에서 홈페이지 문제뿐 아니라 역사왜곡 전반을 다룰 예정이다. 대중국 압박도 “국장급에서 안되면, 장관도 나설 수 있다”는 한 당국자의 말처럼 단계적으로 높일 각오를 보이고 있다. 신봉길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방문에서 정부는 중국 지방정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구려사 왜곡과 대학 교재 등 출판물에 의한 왜곡에 대해서도 중지·시정할 것을 강력히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방정부도 정부인 만큼 지안(集安)현 정부가 고구려 유적에 대한 관광객용 안내서 등에서 공공연하게 ‘고구려는 중국의 변방정권’이라고 왜곡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시정도 요구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중교섭 결과가 주목된다.

(경향신문 200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