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 정부수립전 역사' 삭제파문 "도도한 중국… 무시당한 한국"

中 “나름대로 노력… 北·日도 공평하게 수정”
당황한 정부, 對中투자순위 조정등 대응검토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5일 자신들의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의 역사를 모두 지워버리는 등 ‘공세적 대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4일 리빈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시정을 요구한 것을 비롯, 그동안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의 한국개황에서 삭제된 고구려를 복원시킬 것을 촉구했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아예 고대사를 삭제하고, 반만년 우리나라 역사 중 단 50년 만을 기술한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의 뿌리가 없다고 주장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될 수 있어 한국 정부를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국민들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반응을 고도로 중시했고, 나름대로 노력한 조치”, “한국뿐 아니라 일본, 북한의 홈페이지도 모두 같은 방법으로 수정함으로써 균형감을 갖췄다”는 등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이 일본의 고대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우리나라를 겨냥한 조치임에 분명하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5일 중국으로 건너간 박준우 아태국장은 “중국이 한 것에 대해 실망과 유감을 표시했다”, “고구려사는 우리 민족사의 불가분의 일부로서 양보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언급한 것 등으로 미뤄볼 때 양국 간 외교적 갈등이 쉽사리 해소될 것 같지 않다. 더구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외에도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대학교재 등 출판물도 공공연히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다양한 외교적 카드를 검토 중이다. 중국 정부가 성의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중국에 대한 투자 순위를 조정하거나, 문화·관광 분야의 교류를 보다 엄격화하는 방안을 내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우리 정치권과 비정부기구들도 목소리를 높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에 대해 한국이 뽑아들 대응 카드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한국이 예상 외로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당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우리 정부가 최우선순위의 외교목표로 꼽고 있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다급한 상황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개최국인 중국을 마냥 몰아붙일 수도 없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베이징(北京)에서 첫 6자회담을 개최한 후 두 차례의 실무그룹회의를 포함, 총 5차례의 회의를 개최,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조선일보 200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