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편입 工程대로” 밀어붙이기

중국 정부가 5일 전격적으로 외교부 홈페이지에 실린 한국 고대사 관련부분을 삭제한 것은 중국 당국이 고대사 왜곡을 예정대로 밀어붙여 굳히기 작업에 본격 착수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한·중간 역사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고 향후 엄청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당초 우리 정부는 나름대로 낙관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 당국이 한국 고대사 부문에서 삭제했던 ‘고구려’라는 구절을 부활시켜주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불과 며칠전만 해도 주중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의 거센 항의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며 “서로의 체면을 세우는 선에서 묘안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대응책 제시가 임박했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지난달 13일 공식 항의를 제기한 지 20여일만에 중국 외교부가 우리 고대사와 근대사 관련부분을 전면 삭제하는 것으로 대안을 내놓은 것은 역사왜곡 문제를 고칠 의향이 전혀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은 역사문제에 관한 한 공산당이 책임을 맡고 있다”며 “이번 대응은 외교부 차원이 아니라 당 지도부가 내린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5일 박준우 외교부 아태국장의 방중을 맞아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나름대로의 처방을 들고 나와 임시변통으로 ‘봉합’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꼴’이 돼버렸다.

문제가 된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는 자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세계 각국의 개황과 역사를 소개하면서 한국과 북한에 대해서는 ‘서기 1세기 무렵 신라, 고구려, 백제 등 3개국이 출현했다. 7세기께 신라가 이를 통일했고 이후 고려와 조선이 계승했다. 1910년부터 45년까지 일제 식민지가 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는 고구려 역사왜곡의 영향으로 지난 4월 ‘고구려 등 3개국’ 부분을 없앤 데 이어 이번에는 아예 일제 식민지 부분까지 모두 삭제하고 대한민국 정부부터 역사 기술을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고대사와 근대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로까지 보인다.

(경향신문 / 홍인표 베이징특파원200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