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항의에 中 “오해” 슬며시 꼬리

5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이뤄진 한국 외교부 출입기자단과 중국 기자단 간의 도시락 간담회에서는 예상대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뜨거운 화제였다.

역사문제로 양국 우호관계가 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선 공감대를 이뤘지만 역사 자체에 대한 시각 차는 엄존했다. 한국기자들이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는 반면 중국 기자들은 가볍게 접근했다.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아시안컵 축구를 화제로 시작한 간담회는 ‘고구려’란 단어가 나오면서부터 아연 긴장된 분위기로 바뀌었다. 한국기자가 신라·백제·고구려의 한국 고대사를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서 다루면서 고구려를 삭제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중국기자들은 정색했다.

“고구려 관련 보도를 한 적이 있다”고 밝힌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부총편집(부국장)은 “중국 학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구려가 중국의 변방정권이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대국가 간의 관계를 현대국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이 문제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왜곡하는 데 대한 한국기자들의 잇단 항변에는 슬그머니 물러서는 모습도 연출됐다.

후 부국장은 “솔직히 중국에서는 고구려사 문제에 대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환구시보에서도 단 한차례 보도했을 뿐”이라고 꼬리를 내렸다. 그러면서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도는 자제하는 게 편집 원칙”이라고 말했다.

화제가 겉돌자 지난달 1일 중국 쑤저우(蘇州) 에서 열렸던 제28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 회의를 취재했었다는 베이징청년보(北京靑年報)의 한 기자가 중재에 나섰다.

그는 “남북한 사람들이 왜 고구려사 문제로 (중국을) 오해하는지 방한한 뒤에야 깨닫게 됐다”면서 “그것은 중국이 한국 역사를 단절했다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구려는 중국 영토에 있었기 때문에 땅은 중국의 일부분이지만 역사는 한국민족의 것이며, 찬란한 문화는 전 인류의 공동재산”이라는 일반론을 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하루 전 외교부 관리와의 대화 때만 해도 고구려사와 관련한 ‘한국인들의 태도가 문제’라며 공세적으로 나왔던 중국기자들의 태도가 일변한 것 같다”면서 “그만큼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200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