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왜곡 분노에 앞서 공부부터 하자

올 연초부터 심각한 사회적 화제로 떠오른, 중국의 고구려사 자국사화 시도 및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불리우는 이와 같은 중국 측의 망발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작 중국 측의 '동북공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우리의 대응책 및 이에 대한 근거, 그리고 앞으로 우리 측에서 취해야 할 조치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적었던 (혹은 없었던) 시민들에게도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더욱 심층적인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한 관계기관과 언론, 그리고 학계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에서 지난 7월 21일~23일 및 28일~30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 진행된 고구려연구재단의 '중국 동북공정과 고구려사 바로 알기' 시민강좌는,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처음 진행된 고구려사 및 동북공정 관련 강좌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 강좌의 첫 날과 마지막 날에 참석하였다)
 
◆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한 점에 박수를

이번 시민강좌는 두 차례에 걸쳐, 각 사흘간 같은 내용으로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 세 분이 하루씩 전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첫 날(21일, 28일) 강연은 윤휘탁 연구위원의 '중국의 역사 인식과 동북공정', 둘째 날(22일, 29일) 강연은 김현숙 연구위원의 '고구려사의 전개과정', 셋째 날(23일, 30일) 강연은 김일권 연구위원의 '고구려 세계 문화유산과 벽화의 세계'라는 소제목으로 강연이 이루어졌다.

셋째 날에는 고구려 연구재단의 김일권 연구위원이 맡은 '고구려 세계 문화유산과 벽화의 세계' 강연이 있었다.

그 동안의 여러 차례의 세미나와 심포지엄 그리고 각종 연구자료집과 발간물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쉽게 세세한 정보들에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또한, 언론에서 동북공정 및 고구려사와 관련한 이슈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 마련이 필요했음에도, 지면의 한계라든지 방송편성시간의 한계로 인해 적은 내용만 다뤄졌다는 것 또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현실에서 이번 강좌는 일반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었다고 하겠다. 특히, 각종 사진과 그림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쉽게 볼 수 있는 도표 및 어렵지 않은 용어의 사용, 그리고 PPT형식의 발표로 대시민 이해도를 높이려 한 점 등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또한 발표 후 연구위원과 일반시민과의 질의응답 및 토론에 의한 되새김은 금번 시민강좌의 좋은 시도가 아닐까 한다.

◆ 강좌 홍보와 강좌 시간설정에 대한 아쉬움

그러나 이번 시민강좌는, 지난 3월 1일에 출범된 고구려문화재단에서 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첫 강연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강연이었다.

우선, 홍보가 많이 미흡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필자의 경우, 사학과는 거리가 있는 이공계 전공자이지만 사학과를 지망하는 동생의 대입 수시모집 준비를 도와주며 관련 자료를 찾다가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의 '문화단신'에 짤막하게 나온 것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전공자가 아닌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더군다나 처음인) 강좌라면 여러 경로를 통해 시민들에게 널리 전달될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 255석이 있는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 강좌에 참석한 시민들은 본인이 참석한 두 회를 바탕으로 볼 때 50명 전후였다)

또한 강좌 시간대 설정에 있어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평일의 오후 3시부터 5시라는 시간대는 직업을 가진 시민들 중 많은 수에게는 한창 일할 시간이고, 이번 강연 대상의 한 축인 중·고등학생은 방학 때라고 해도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라면, 저녁 18시 이후의 시간대나 주말로 강연시간을 잡아 더욱 더 많은 시민들의 참석을 유도해야 하지 않나 의문을 던진다. 만약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하여 토요일과 일요일 정도에 강좌 시간을 잡았다면 더 많은 시민들이 참석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김일권 연구위원의 강연이 끝나고 시민들과의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많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첫 시민강좌에 참석한 시민들의 관심과 연사들의 열의를 보며 여러모로 흐뭇함이 전해져 왔다. 특히,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함께 온 '가족 수강생'들이 많았다는 점이 참 좋아 보였다.

관계자들과의 대화에 따르면, 앞으로 고구려연구재단의 시민대상강좌는 계속 마련될 것이며, 고구려연구재단의 인터넷 사이트도 개설되어 더욱 폭넓은 형태의 정보와 자료들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하니, 앞으로 고구려연구재단의 적극적인 연구·강연의 활약에 기대를 가져본다.

작금의 중국은 학계와 정관계가 철저히 준비하여 동북공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 한민족의 얼과 문화가 태동한 근원의 절반이라 할 수 있는 고구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활발한 관련 연구 및 시민들을 향한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더 이상 늦춰져서 안 될 일이라 본다.

이번 강연과 같은 시민강좌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더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더 많은 시민들이 고구려사와 동북공정에 대한 관심을 갖고, 동북공정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때, 고구려는 우리 민족의 소중한 근원으로서 자랑스럽게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정브리핑 200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