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조선인, 나를 긍정하기"

지난 기사에서 언급했다시피 민족학교를 졸업한 재일교포 학생들은 일본대학, 조선대학, 취직 이렇게 세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취직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동포 기업에 들어간다. 조선대학교에 가는 이들은 졸업 후 총련 관련 일을 하거나 민족학교 교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동포 사회 내에서 생활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일본 사회가 아직도 조선대학교와 민족학교를 정식 학교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아직까지 일본 사회 내의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차별로 인해 취직이 힘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민족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동포 사회 속에서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포 기업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학교에 진학하는 이들은 다르다. 이들은 일본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일본 학교를 택한 경우가 많다. 졸업하고 일본 기업에 취직하거나, 일본 사회에 편입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인 것도 이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국적을 바꾸는 이들도 이 부류에 특히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동포 사회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나름의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일본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도 총련 모임이 있다. 이름하여 '재일본조선류학생동맹'이다. 줄여서 '류학동'이라고도 불리는 이 모임에는 민족학교 졸업생뿐 아니라 일본학교를 졸업한 교포들도 다수 가입해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재일본조선류학생동맹 조두성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싣는다.

- 류학동은 언제 생겼으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1945년 9월 14일에 생겼습니다. 현재 일본대학에 재학 중인 동포학생들 500여명이 가입해 있고, 연관된 이들까지 합치면 약 1500명 정도 됩니다. 그리고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은 1000여명 정도입니다."

- 참여하는 이들의 국적은.

"조선적도 있고, 한국 국적도, 귀화한 일본 국적도 있습니다. 참여를 희망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 지향점이 무엇인지.

"현재 동포 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민족성의 고수입니다. 그것은 지금 동포 사회의 주축이 되는 3세, 4세들이 일본에서 나고 일본에서 자랐기 때문이죠. 교육 문제만 하더라도 민족학교에 다니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일본 학교에 다니는 이들도 있습니다. 일본인과 결혼하는 이들도 많고, 자기 이름조차 쓸 수 없을 정도로 우리말을 모르는 동포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족성을 되찾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동시에 동포 학생들이 일본 사회에서 자라며 마주치는 문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 역시 중요한 목적입니다. 아르바이트나 취직을 알선하고, 도움이 되는 분야의 동포 전문가를 소개시켜 주는 활동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분단된 조국의 통일에 기여하는 것 역시 크게 봐서는 하나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죠."

- 민족학교를 나온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비율은?

"절반씩 정도 됩니다. 다만 요즘에는 민족학교를 나온 이들의 비율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 모임의 명칭이 류학생동맹인 이유는.

"1945년에 결성했을 당시에는 재일본학생동맹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1955년에 개칭했습니다. 우리가 일본에서 살지만, 일본 사람처럼 살지 말고 조국의 통일과 번영에 기여하는 유학생의 입장을 가지자는 의미에서였죠. (잠깐 생각하다가) 간단하게 말하면 사실 진짜 유학생은 아니지만, 유학생을 자칭하는 셈이죠."

- 구체적으로 민족성 회복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요.

"우리말 교실을 열어 동포학생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방학 때는 여름에 캠프를 열기도 하고, 문화를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현장 학습을 하기도 합니다."

- 동포 학생들의 생활을 어떻게 도와주고 있는지.

"일본 경제가 계속해서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 학생들도 취직이 어렵습니다. 동포 학생들은 더 말할 나위 없죠. 우리도 매해 조사를 합니다만, 동포 학생들의 30~40%가 졸업 후 실직 상태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물론 이 중에는 자격증이나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취직을 못하는 것은 개개인의 생존권이 달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포기업이나 다른 기업에 이들을 소개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외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시켜 주거나, 교통사고나 다른 사고가 났을 때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30~40%의 실직률은 다른 일본 학생들과 비교해 높은 편인가?

"(잠시 생각하다가) 사실 일본 학생들의 실직률을 모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실업률은 제가 십육 년 동안 동포 사업을 하면서 겪은 최악의 상황입니다."

- 지금 취직을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 차별 때문인지.

"과거에는 직접적인 차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적 차별 때문에 취직을 못한다고 잘라 말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다만,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본 기업에서는 일본인을 선호하는 정도죠(조선적을 가지고 있을 경우엔 특히 취직이 쉽지 않다. 외국인이면서 외국 출장도 자유롭지 않고, 북조선 때문에 인식도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 전체 동포학생과의 비율은.

"문부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 재학중인 대학생 중에서 한국 국적과 조선적을 보유한 이들은 7700명 정도입니다. 일본 국적으로 귀화한 동포 학생들을 포함하면 대상이 만 명 정도 될 겁니다. 비율로 따지면 가입률이 10~15% 정도니 객관적으로 높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 학교를 나온 이들 중에는 우리말 이름을 쓰지 않는 이들이 많아 동포 학생인지 여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저희는 2500명 정도의 학생들을 파악하고 있는데 이 중에 1000명 정도가 참여하는 정도니 내실은 꽤 있는 편입니다. (웃음)"

- 참여율이 저조한 것이 동포 학생들의 거부감 때문은 아닌지.

"우리말, 우리문화를 모른 채 일본 사람처럼 살고 싶다거나 나중에 일본에 귀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동포 학생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일본인처럼 느끼는 이들이 많죠. 그런 현상을 우리는 '민족성이 희박해져 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조한 참여율은 그런 경향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주체적으로 판단한다면 아직까지 우리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 한국 유학생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오거나 교류를 지속하는 유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무심코 가입했다가, 총련 계열이라는 걸 알고 놀라서 떠난 이들도 있었습니다. (웃음) 하지만 6·15 선언 이후 함께 살아가야할 상대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함께 운동회를 하기도 하고, 서로 초청해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비전.

"앞으로 통일 시대, 동북아 시대에에는 재일 조선인에게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차별을 받는 부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재일 조선인으로서의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환경와 경향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임무겠지요."

재일본조선류학생동맹의 홈페이지는 http://wing.zero.ad.jp/~zbf10400/ 입니다. 일본어로만 돼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 장원재 기자 200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