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야금야금' 대책마련 '슬금슬금'

북핵문제 해결과 대북정책 추진을 위해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우리 정부는 고구려사 왜곡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도 이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는 것은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고구려사 왜곡이 내년 중국의 교과서 개정에 반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한·중 간 역사학자들과 정부 당국자들이 '손쓸 수 있는' 시점에서 중국 측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 이다.

지난 19일 1차 실무대책협의회(위원장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를 개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처방안을 협의한 외교부는 이번 주 중 통일부 교육부 국정홍보처 등 관계부처가 참가한 가운데 2차 협의를 벌인다.

이 협의회에서는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을 다각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또 외교부는 2일 북핵문제 협의차 방한 중인 닝푸쿠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문제 담당대사를 만나 고구려사 왜곡문제로 우리 국민들의 감정이 나빠지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의 성의있는 조치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준우 아태국장은 '닝푸쿠이 대사는 자신은 핵문제 담당이지 고구려사 문제는 자기 담당이 아니라 잘 모른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중국에 돌아가서 이런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외교부는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www.fmprc.gov.cn) 의 한국사 기술부분에서 고구려를 뺀 것과 관련, 이를 복원시켜 줄 것도 외교경로를 통해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고구려사 왜곡부분을 시정해 달라는 요구를 외교마찰로 비화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분위기다.

탈북자를 국내로 입국시킬 때 중국 측의 적지 않은 협조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다 북핵문제에서도 중국측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현실적 고려 때문이다.

물론 '역사문제와 정치문제는 별개'라고 외교부 당국자는 밝히고 있으나 역사적 사실의 재해석을 주도하는 측이 중국 지도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라는 명제가 고구려사 왜곡문제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와 함께 내년에 나올 중국의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고구려사를 자국역사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중국이 교과서를 개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박두복 교수 는 '대학교재나 홈페이지 개정과 달리 교과서가 개정되면 이 문제는 한·중 간 정치적 이슈로 본격 부각된다'며 '그 이전에 학자들 간 학문적 레벨에서 고구려사 문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부산일보 200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