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고구려 역사와 통일 문제

최근 고구려사를 둘러싸고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긴장감이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요인은 다양하게 제기될 수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국가 간의 역학관계 변화와 역사문제를 바라보는 주체 간의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뿌리에 대한 깊은 성찰과 역사 인식 확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고구려는 중국의 후한시대에서 시작해 삼국시대와 서진, 그리고 5호 16국시대 및 남북조시대를 거치는 동안 요동과 만주지역을 호령했던 국가다. 고구려 시각에서 보면, 고구려의 전성기 때의 중국은 오랫동안 통일은커녕 여러 국가들이 발호해 힘겨루기를 하던 상태였다. 중국이 통일을 한 것은 고작 고구려 말기 80여년의 기간에 해당되는 수·당 시절 뿐이었다.

수나라 양제는 백만대군으로 고구려를 재차 침입했지만 거듭된 참패로 국력만 낭비한 채 결국 멸망의 길을 걸었다. 수나라의 뒤를 이은 당나라도 수 차례 고구려를 공격했으나 실패를 거듭하다가 나·당연합군의 결성으로 겨우 고구려를 멸망시킬 수 있었다. 고구려가 중국의 복속국가라면 무엇 때문에 백만군대를 동원해 정벌에 나선다는 말인가. 고구려는 중국의 실질적인 지배를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국가며, 항상 독립국가로서의 면모를 유지해왔다.

세계 역사는 시대에 따라 강대국이 나타나고 때로는 여러나라를 아우르는 지배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평가는 역사적 흐름을 보면서 해석해야지 일방적으로 지배했던 나라의 역사라고 규정지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에 100년 간 원나라의 지배를 받았고 청나라에 대해서도 조공국이기는 했다. 이를 당대의 역사라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려나 조선의 역사를 중국 역사의 일부라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칭기즈칸의 몽골군이 일시적으로 헝가리를 점령했다고 해서 헝가리 역사를 몽골이나 중국 역사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알렉산더 대왕이 지금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지만 누가 그 지역을 마케도니아나 그리스 역사의 일부라고 이야기하는가. 이러한 엄연한 사실을 무시하고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억지로 중국에 편입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 중국의 힘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강대국이 돼가고 있다.

우리 선조들의 상당수가 중국이나 몽골지역으로부터 유입됐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곧 우리나라의 역사를 구성하는 한 축을 형성한 고구려의 정체성을 흔들 수는 없다. 우리는 역사를 분명히 인식·이해하고 가르쳐야 한다. 지금 고구려 유적의 대부분이 북한과 중국지역에 존재한다고 해서 잊어버리거나 무시하고 지나갈 대상은 아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남북한이 함께 민족의 정체성 문제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인식과 유대감을 자연스럽게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통일에 대한 논리적 당위성도 보다 자연스럽게 정립될 것이다. 통일은 왜 해야 하는가. 한반도가 왜 하나의 국가로서 존립돼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당위적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고구려 역사에 대해 정리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중요한 변수라고 본다.

민족의 자존과 우리 후손들의 자긍심을 지켜주고자 한다면 우리는 결코 이 문제를 간과할 수가 없다. 탈북자 문제 등 한민족포용정책도 이런 역사인식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는 남북교류협력 당위성의 근거마저도 뒤흔들 수 있다. 이는 중국이 우리의 중요한 우방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든, 우리의 잠재적 경쟁 상대국이라고 보는 시각이든 관계없이 우리민족의 역사와 자존을 지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전산원 정보화기획단 수석연구원> 

(전자신문 200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