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조공·책봉은 君臣아닌 外交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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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의 고유 연호인 ‘영락(永樂)’이란 글자를 적은
광개토대왕비의 비문. 중국과 구별되는 고구려의 독자적인 천하관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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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대학·푸단 대학 등 중국의 주요 대학 역사 교재가
고구려사를 언급하면서 ‘고구려가 중원 왕조에 복속된 정권’이라고〈조선일보 2일자 A1면〉 말하는 것은 무슨 근거일까.
국내 고구려사와 고대사 연구자들은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고대 아시아 지역의 독특한 외교 형식이었던 ‘조공(朝貢)·책봉(冊封) 제도’를
극히 편협한 중국 중심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 학계가 ‘고구려가 중원 왕조에 복속된 정권’이었다고 보는 근거는 고대의 외교 형식이었던 ‘조공(朝貢)·책봉(冊封) 제도’를 군신관계의
중앙·변방 권력 구조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중원의 천자국이 주변 국가의 왕을 임명하는 ‘책봉’의 대가로 해당 국가들은 ‘조공’을 통해
헌상물을 바치는 이 형식을 중국 학자들은 문자 그대로 해석해왔다.
동북공정의 주역 중 한 명인 쑨진지(孫進己) 중국 선양(瀋陽)동아연구중심 주임은 “고구려가 비록 중원의 전란을 틈타 많은 군현을 점령했지만
시종 중국의 역대 정부가 책봉한 ‘고구려왕’이란 직책을 사용했으므로 중앙과 지방정권의 관계가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시각은 이미
1980년대 후반 중국 학자 리뎬푸(李殿福)·쑨위량(孫玉良)이 쓴 ‘고구려간사(簡史)’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국내 학계는 물론 중국과 조공관계에 있던 주변국의 연구는 전혀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사학자 신형식(申瀅植) 백산학회 회장(이화여대
명예교수)은 “중국은 책봉을 거부할 권한이 없었던 전근대 시대 외교의 한 형태”라며 “조공국의 정체성과 자주성은 결코 훼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광식(崔光植) 고구려연구재단 상임이사(고려대 교수)는 “조공·책봉제가 동아시아의 고전적인 외교형식이라는 것은 이미 세계 학계에서도
정설로 굳어진 것”이라고 단언한다. “당시 중국과 같은 형식의 외교 관계를 맺고 있던 일본이나 베트남 등도 조공 관계를 그같이 분석하고 있으며,
1970년대 존 페어뱅크(John K Fairbank) 등 미국의 동양사학자들의 연구로 세계 학계에서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유독 중국만
자국 위주의 해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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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남 강서군에 있는 덕흥리 고분의 벽화. ‘유주자사
진’으로 알려진 무덤의 주인공에게 북평·요서·어양·상곡 등 13군의 태수들이 하례하고 있다. 북한 학계에선 이 무덤을 근거로 고구려가 4세기
중엽 지금의 베이징과 허베이성 일대를 점령·통치했다고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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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朴晙雨) 아시아·태평양국장은 2일 북핵문제 협의차 방한 중인 닝푸쿠이(寧賦魁) 외교부 한반도문제 담당 대사를 만나 중국 정부가
고구려사 왜곡을 중단할 것을 다시 촉구했다. 박 국장은 이날 중국에 대한 국민 감정이 악화되고 있음을 전달하고, 중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대처를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정부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 “강력한 대처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실적으로 중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북핵·탈북자 문제가 우리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中, 南北통일 대비 조선족 분리 포석
고구려와 중원(中原)의 관계의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한국 연구자들은 고구려가 ‘중국적 세계질서’에 도전해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지킨
강대국이었다고 본다. 광개토대왕비나 중원 고구려비 등에 등장하는 ‘태왕(太王)’ ‘성왕(聖王)’ 등의 호칭과 ‘영락(永樂)’ ‘연가(延嘉)’
등의 고유한 연호들은 스스로 독자적인 천하관(天下觀)을 가진 나라였음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북한 학자들은 덕흥리 벽화 고분을 근거로
“고구려가 4세기 중국의 전연(前燕) 왕조를 무너뜨린 뒤 지금의 베이징과 허베이(河北)성에 해당하는 유주(幽州)를 점령해 통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왜 “조공·책봉제는 실질적인 군신(君臣) 관계를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조법종(趙法鍾) 우석대 교수는 “‘통일적 다민족
국가’를 지향하는 중국은 소수민족의 분열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우려하는 것이 남북한과 인접한 만주 지역의 조선족”이라며
“한국의 민족주의 성장과 통일을 대비한 사전 포석으로 동북 3성(지린·랴오닝·헤이룽장)의 역사를 한국과 떼어놓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나라의 고구려 침략이나 명나라의 임진왜란 참전, 6·25 전쟁 등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때마다 항상 실패한 역사적 교훈 때문에
이번엔 몇 단계 앞서 손을 쓰려는 입장을 보인다는 것이다.
내년 中교과서 개정때 더 노골화 될듯
학자들은 이같은 서술은 고구려사를 자국사에 편입하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과 상관없이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온 중국의 국가주의 사관의
반영이라고 지적하며 “내년에 나올 각급 학교의 새 역사 교과서에 ‘고구려가 중국의 일부’라는 동북공정역사관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푸단대학의 역사 교재에서 “수나라와 고구려의 관계가 실질적인 군신관계”라면서도 고구려를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부분이 나온 것은 아직
‘동북공정’의 시각이 파급되지 않은 증거라는 것이다.
최광식 교수는 “동북공정을 주도하는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변강사지연구중심의 역사관이 반영되면 이번 지안 일대 고구려문화유적에서 벌어진
‘고구려 문화여행절’ 안내서에 나온 것처럼 아예 ‘고구려’의 명칭을 ‘중국 고구려’로 둔갑시키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자는 “이제 고구려사 문제를 단순히 학술에 국한된 문제로 봐 왔던 우리 정부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인 대응은 물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북한의 고구려 유산을 알리기 위한 남북한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 ▲각급 학교 교사들에 대한 고구려사 연수 ▲인터넷을 통한 대대적인 고구려사 홍보 ▲역사도시 ‘평양’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북핵·탈북자 문제 딜레마
박준우(朴晙雨) 아시아·태평양국장은 2일 북핵문제 협의차 방한 중인 닝푸쿠이(寧賦魁) 외교부 한반도문제 담당 대사를 만나 중국 정부가
고구려사 왜곡을 중단할 것을 다시 촉구했다. 박 국장은 이날 중국에 대한 국민 감정이 악화되고 있음을 전달하고, 중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대처를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정부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 “강력한 대처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실적으로 중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북핵·탈북자 문제가 우리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 정부가 최우선 외교목표로 꼽고 있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다급한 상황에서 북핵 6자회담 개최국인 중국을 마냥 몰아붙일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베이징(北京)에서 첫 6자회담을 개최한 후 두 차례의 실무그룹회의를 포함해 총 5차례의 회의를 개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중국은 지난 4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대규모의 대북지원을 통해 북핵문제가 해결될
경우, 더 큰 지원이 있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또 중국이 탈북자 사태에 대한 입장을 보다 강경하게 바꿀 경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큰 것도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탈북자에 대한 단속과 암묵적 한국행 허용을 병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구려 유적의 상당 부분이 중국 영토에 속해 있는 것도 우리 정부의
대응을 쉽지 않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고구려사 문제의 주무부처인 외교부 내에서는 “외교적인 부담을 무릅쓰고라도 강경 대응을 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런 기류의
이면에는 국가정책적인 차원의 고민과 현재 외교부의 곤란한 상황이 중첩돼 있다. 김선일씨 사건에 대한 미숙한 대응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 고구려사 문제에 대해 보다 강경하고, 분명하게 대응함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고구려사 문제 대책을 자문해주고 있는 한 교수는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강경대처하겠다는 입장은 분명한데, 뚜렷한 방법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결국 우리 정부가 학술적인 증거를 축적한 후에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구려사 문제와 관련해
구성된 정부 내 실무대책협의회는 지금까지 한 차례 모여 회의를 했다.
東北공정이란
중국의 국가기관인 사회과학원 산하 변강사지연구중심(邊疆史地硏究中心)이 주관, 작년부터 2006년까지 5년 계획으로 시작한 동북(만주)
지방의 역사와 현황 국책 연구 사업이다. ‘공정’이란 ‘작업’이나 ‘프로젝트’라는 의미다.
고대 중국의 강역(彊域·국경)과 지방사·민족사, 고조선·고구려·발해사, 중조(中朝)관계사, 조선반도의 형세 변화와 그것이 변경지역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 등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만주·한반도의 각 분야 연구를 포괄한다.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의 소수민족이 세운 지방정권이라고 보고
있으며, 고조선조차 한국사의 영역에서 제외하려 하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을 굳혀 향후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공동체’를 노린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조선일보 200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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