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중심국가론` 주변국 의식 뒷걸음

참여정부 초기의욕 후퇴…명칭도 '경제중심' 변경

참여정부의 동북아 전략은 출범초기의 ‘동북아 중심국가’를 내세웠던 웅장한 계획과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뒷걸음질치는 양상을 보여왔다.

2002년 대선기간에 노무현 대통령은 ‘당당한 대한민국 떳떳한 노무현’을 내세우며 ▲바로 선 대한민국 ▲부강한 대한민국 ▲ 살기 좋은 대한민국 ▲당당한 대한민국 등 4대 비전으로 이뤄진 대선공약을 내놓았다. 노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동북아 중심국가론은 이중 부강한 대한민국을 이루는 골자였다. 당시 노 대통령은 동북아 중심국가를 만들기 위해 동북아 평화 및 경 제협력체, 동북아 에너지 협력기구, 동북아 개발은행, 동북아 철 도공사 설립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취임 초기까지도 이어져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

하지만 ‘동북아 중심국가’라는 용어에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중국이 비공식적으로 인수위에 유감의 뜻을 표시하는 등 주변국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인수위는 최종보고서에서 용어를 ‘동북아중심국가’가 아닌 ‘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로 바꿨다. 이마저도 지난해 4월 이를 추진 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동북아 경제 중심 추진위원회’라는 경제로 한정된 용어로 바뀌었다. 당초 재정경제부가‘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추진위원회’라는 명칭을 제출했으나 청와대는 중국 등 주변국의 이의와 ‘패권주의적’이라는 내부 의견을 받아들여 국무회의에서 ‘국가 건설’이라는 단어를 삭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경찰대학 졸업식 치사 중 ‘동북아중심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구절을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로 긴급수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북아 경제중심추진위’는 출범 1년여 만인 지난 6월 다시 ‘ 동북아시대위원회’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위원장에는 외교안보 전문가인 연세대 문정인 교수가 임명됐다. 경제 문제를 주로 다루던 위원회를 경제는 물론 외교 안보까지 총체적으로 다루는 곳으로 전환시키겠다는 뜻이었다. 특히 북핵문제와 주한미군 감축 등 외교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배경도 깔려 있다.

하지만 경제로 축소됐던 동북아 중심론이 외교 안보로 확대했음 에도 주변국을 의식해 여러차례 명칭과 노선을 변경한 탓에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또한 명칭이 동북아 중심국가에서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동북아 경제중심→동북아시대 로 갈수록 뒷걸음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문화일보 200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