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구려왜곡 古代史 전체로 번질라…" 정부 '강한 외교' 나서나

탈북자 문제겹쳐 강력대응 미지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 ‘공론화 대신 조용한 물밑 외교노력을 통해 현안을 해결한다’던 우리 정부가 1일엔 “외교적 갈등이 되더라도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한 언급을 하게 된 배경은 뭘까.

외교 당국자들은 지난 2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방한했을 때 고구려사 문제를 학술 차원에서 다룰 것을 제안하자고 요구하고 정부가 이에 동의해 양국이 합의했던 일종의 ‘신사협정’을 중국이 먼저 위반한 데 따른 결과라고 말한다.

한 고위 당국자는 이날 “중국이 고구려사 문제는 학술적 차원에서 해결하자고 합의해 놓고, 돌아서서는 신화통신 등 관영 언론과 지방 당국의 공식인쇄물을 통해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왜곡하는 비신사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조선일보 보도〈7월 31일자 A1,3면〉로 국내에도 알려지게 된 중국 지안(集安)의 고구려 유적 왜곡 현장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안에서 ‘중국고구려사’라는 홍보책자를 내고 안내원들을 내세워 역사왜곡 홍보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정부는 고구려사가 우리 역사의 근간에 해당되고, 이 부분 왜곡을 방치할 경우 단순히 고구려사 차원을 넘어 우리 고대사 전체에 대한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16일 외교부 차관보를 위원장으로 해 관련부처 국장급들로 구성된 ‘고구려사 관련 실무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지난 3월 설립된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을 통해 한·중 학술회의를 개최키로 한 데 이어 추가적인 대책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양국의 정부 간 회담이나 양국 고위 인사의 상호 방문 때 중국 당국과 언론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각종 인쇄물에 우리의 고구려사가 복원될 수 있도록 계속 요구함으로써,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탈북자 문제, 북한핵문제, 통상문제 등 중국과 협상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 안에서는 여전히 “중국의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조용한 외교’ 주장이 만만치 않다.

(조선일보 200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