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는 발해 연구의 보고

러시아 연해주가 발해사 연구의 보고(寶庫)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전통문화학교 문화유적학과 정석배 교수는 최근 러시아 연해주의 주도 블라디보스토크 부근 체르냐치노 제5 발해 고분 유적에서 전투 중 사망한 발해시대 무장(武將) 인골을 발견하는 개가를 올렸다.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22일까지 문화유적학과 학생 10여명과 함께 이 지역 발해유적 발굴에 나섰던 정 교수는 발해시대 71호 고분으로 명명된 석실분에서 인골 2구와 홍옥으로 만든 구슬을 발굴했고 근처 토광묘에서 은귀고리, 창·검, 철제 찰갑(갑옷 부속품의 일종) 조각 등을 발굴함으로써 발해사 연구에 중요한 단초를 마련했다. 특히 현실(무덤방) 중앙에서 찾아낸 인골은 형질인류학적인 DNA 분석이 가능할 정도로 보존상태가 양호해 관련 학계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장 165㎝에 30대로 추정하는 인골의 엉덩이와 정강이 부분에서 화살촉과 창끝 유물이 발견됨으로써 전투 중 사망한 무장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덤은 구조로 보아 연도(무덤방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는 횡혈식(橫穴式)이며, 평면상 장방형을 띠고 있고 입구 쪽에는 돌을 깔아 문지방을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또 규모는 전체 530㎝×430㎝, 현실은 275㎝×250㎝가량 크기이고, 이미 상당수 도굴된 상태였다.

정 교수는 이에 앞서 지난해 7월에도 한달간 이 지역에서 발해유적을 발굴하는 성과를 올렸다. 당시 유적에 대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 결과 830년과 840년이 찍혀 나와 정확이 발해(698∼926년)시대 유적으로 확인했다. 당시 발해시대 석실분 1개와 토광묘 5개를 찾아냈으며, 토기, 화살촉, 장신구 등을 출토했다.

정 교수는 이번에 발굴된 화살촉, 창 등 출토유물도 전형적인 발해 유물이었다고 설명했다.

발해유적이 발굴된 체르냐치노는 러시아와 중국의 국경지역으로 발해시대에는 변방인 솔빈부에 속해 있었다. 당시 발해는 오늘의 북한, 중국, 러시아를 연해 있었던 것. 사실상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발해 유적조사를 할 수 없는 한국으로서는 러시아 연해주는 유일한 발해유적 발굴 지역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발해를 자국의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지만, 발해는 엄연히 한국 영토이다. 한국사에 남북국 시대가 등장하는 데 남국이 통일신라라면 북국이 곧 발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정 교수는 “발해 유물은 고분이나 석축 쌓기, 토기 등 고구려(BC 37∼668) 유물과 닮은 점이 많아 둘 사이의 유관관계를 밝혀내면 고구려에 관한 자료가 전무한 한국으로서는 고구려 자료 확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의 동북공정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자료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극동국립기술대와 함께 한달가량 한러 공동 발굴조사를 마친 정 교수는 발해성 발굴 등 경험이 풍부해 이 지역 발해 유적 발굴에 관한 한 자심감이 붙어 있다. 정 교수에 의해 연해주가 발해 유적의 보고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정 교수는 러시아 문화재담당국과 협의해 올 가을쯤 두개골 1구를 한국으로 가져와 DNA 분석을 의뢰할 계획이며, 결과가 나오면 한국인과 얼마나 닮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일보 200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