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우기 중국이 발명' 주장 정정돼야

중국이 `동북공정' 사업의 일환으로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 획책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사 전공 학자들이 측우기가 중국에서 발명됐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과학사는 정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중국기상학사' 등 과학사를 통해 세종 23년(1441)에 세계 최초로 발명된 측우기를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 오고 있다.

박성래 서울외국어대 교수는 31일 "중국의 어떠한 역사서에도 측우기 발명과 사용에 대한 기록은 없으며, 현존하는 측우기 유물도 없다"면서 "중국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선화당 측우대(보물 842호.기상청 보관)에 `건륭경인오월조'(乾隆庚寅五月 造)라는 문구만을 내세워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건륭'은 청나라 고종황제(1711~1799)의 연호이고, 경인년은 1770년으로, 청나라 연호가 사용됐기에 중국의 유물이라는 것이다.

중국 학자들은 선화당 측우대를 건륭황제가 만들어 조선에 하사했다고 보고 있으며, 세종대의 측우기도 명나라에서 제작해 하사했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런 왜곡된 역사를 기술한 중국의 과학서는 `중국기상학사' 외에도 지난 1982년 과학출판사 발행 `중국과학기술사고'(杜石然 외, 193쪽)와 1983년 목탁출판사 발행 ` 중국과학문명사'(204쪽) 등이며, 이 역사서들은 현재도 정정되지 않고 있어 대책마 련이 시급하다.

측우기는 세계 최초의 정량적 강우량 측정기로 유럽 최초의 강우량 측정기인 카스텔리의 우량계(1639년)보다 무려 198년이나 앞서 발명됐으며 이 사실은 `조선왕조 실록'에 정확히 기록돼 있다.

중국의 주장은 지난 1959년 영국 학자 조지프 니덤이 쓴 `중국 과학과 문명'(캠브 리지대 刊. 471쪽)에 근거하고 있다.

측우기는 동경대 물리학과 교수가 1909년 불어로 논문을 쓰면서 서방세계에 처음 알려졌고, 니덤은 이 불어 논문을 번역해 기상학회지에 사진과 함께 실었다. 이 듬해 `네이처'지는 니덤의 글을 다시 소개했다.

박 교수는 "이 과정에서 중국 학자들이 측우기를 전혀 모른채 사진을 통해 측우대에 새겨진 `건륭~'이라는 문구를 발견했고, 이를 근거로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 역사학자들 사이에선 이미 알려진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중국에 정정 요구 등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며 "지난 1996년 처음으로 중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14개국 260여명의 과학 사학자들을 초청해 서울대에서 `제8차 국제 동아시아 과학사회의'를 열면서 이 문제를 공식 제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박교수는 `동아시아 과학사에 있어서 긍지와 편견'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 중국의 주장은 역사학자들이 조선왕조가 별도의 연호를 사용하지 않고 중국 연호를 그대로 썼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었다.

한국 정신문화연구원 문중량(과학사) 연구원은 "측우기 왜곡 문제는 해묵은 얘기이지만 이제라도 중국에 정식으로 정정을 요구해야 한다"며 "고구려사 왜곡 문제 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2004-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