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통일부 공무원에 '쓴소리' 특강

도올 김용옥(金容沃.56) 중앙대 석좌교수가 3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강당에서 통일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동북아시대와 통일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가졌다.

도올이 공무원을 상대로 특강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공무원 사회 한복판에서 제가 강의하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에서 "그동안 대북사업을 하려던 사람들이 10여년간 다 좌절됐고 일이 안되도록 하는 게 통일부의 역할이었다"며 "시시한 안건이라도 연결된 고리를 살려놨어야 했다"고 통일부를 향해 '싫은 소리'를 쏟아냈다.

도올은 "최근 북한에 중국이 들어가고 있고 앞으로 북핵문제가 풀리면 일본이 들어갈 것이고 일본기업들은 엄청나게 준비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는 (북한과)연줄을 죽여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개성공단과 관련, "지난 5년간 개성공단을 위해 통일부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며 "통일부는 비전과 구상을 가지고 핵심적인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도 통일과 연관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전쟁발발시 북한의 전격전을 막기 위해서도 행정수도가 이전되어야 한다면서 "평양은 휴전선에서 180㎞ 떨어져있지만 서울은 겨우 40㎞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올은 이어 "군축은 행정수도 이전 없이 안된다"며 "북한의 전격전 전략을 무기력하게 하기 위한 군사적 이유에라도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평양과 서울, 행정수도의 세 군데에 한반도 중심지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은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로 개성지역과 합쳐져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특강은 김용옥 교수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으며 도올은 특강의 비공개를 요청했다.

(동아일보 2004-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