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가로챈 우리역사…吉林省 集安 르포
3개월간 '고구려 문화여행節' 대대적인
행사
정부청사·호텔·시장까지 '왜곡역사 플래카드'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내는 온통 고구려 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자축하는 시뻘건 플래카드로 뒤덮여 있었다.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신청 성공을 열렬히 경축한다’
시정부 청사·문화관·호텔·시장·도로변…, 어디를 둘러봐도 이 같은 내용의 격문 같은 플래카드들이 내걸려 있었다. 지린성과 지안시는 지난
20일부터 10월 15일까지 ‘고구려문화여행절’ 행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겉으로는 관광행사이지만 속 내용은 고구려 유적을 철저하게 중국
역사로 탈바꿈시켜 관광객들에게 선전·교육하는 행사였다.
지난 24일 오전 11시쯤 지안시 박물관. 이 행사를 취재하려는 중국 언론보도 차량과 관광객들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박물관 초입에
눈에 띈 대형 안내 입간판. 설명문 첫 글귀는 ‘고구려는 중국 고대 동북지방의 소수민족 정권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현관 문을 들어서자 ‘전언(前言)’이라는 표지석이 나왔다. 내용 역시 ‘고구려는 동북아지방의 고대문명발전과정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중국 동북지방의 소수민족정권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전시실의 전문 안내원들은 관람객들에게 고구려 유물을 설명하면서 중국문화에 대한 예속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이 연화무늬 와당(瓦當)은 불교문화의 흔적으로, 고구려가 중원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입니다” “당시 중원에서 사용하던 동전이 여기서
출토됐습니다. 고구려가 중국의 일부였다는 증거입니다.”
심지어 사서에 실린 내용까지 왜곡했다. 제1전시실 안내요원은 삼국지(三國志)에 기록된 ‘고구려로 하여금 그 명부(名簿)를 주관하게 했다’는
대목을 ‘고구려가 한나라를 주인으로 섬겼다’고 엉뚱하게 해석해 설명했다.
그 글귀 뒤에 이어지는 ‘고구려가 뒤에 교만해져서
(한나라의) 군에 오지 않았다’는 대목은 아예 생략돼 있었다. 고구려의 독자성은 생략하고 종속성은 과장·왜곡 설명됐다.
이처럼 고구려 문화여행절 행사는 고구려 역사왜곡의 선전장이었다. (조선일보 / 조중식 특파원 200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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