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소앞 판매 '고구려 역사지식 문답책자' 10명의 학자가 저술…33개항 왜곡

"고구려史는 학술문제이자 정치문제" 인정

지안(集安) 고구려 유적지 중 환도산성과 오회분의 4호묘 매표소는 ‘중국고구려사’와 ‘고구려 역사지식 문답’을 판매하고 있다. 두 책은 전·현직 퉁화사범대학 고구려연구소 소장이 저술, 편찬한 것. 겅톄화(耿鐵華) 현 소장이 쓴 ‘중국고구려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고구려를 중국역사로 규정하고 서술한 599쪽 분량의 고구려통사(通史)다.

‘고구려 역사 지식문답’은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주창자라고 할 수 있는 양춘지(楊春吉) 퉁화사범대학 고구려연구소 초대 소장이 10여명의 중국 학자를 동원해 지난해 편찬, 출판 책. 오로지 ‘고구려가 고대 중국의 소수민족 정권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교육·선전하는 내용에 집중돼 있다. 총 172쪽 분량에 걸친 33개 질문 항목만 봐도 이 책의 성격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수양제의 고구려 정벌은 어떤 성격의 전쟁인가’ ‘고구려 멸망 이후 그 유민은 어떻게 흩어졌나’ ‘고구려가 활동하고 관할했던 지역은 모두 고대 중국의 영토라고 말하는데, 무슨 근거인가’ ‘왜 고구려가 독립국가가 아니라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하나’….

이런 질문에 답한 내용을 보자. ‘수양제의 고구려 정벌은 중앙정권의 지방 할거정권에 대한 통일전쟁이지, 결코 침략전쟁이 아니다’ ‘고구려인 약 70만명 중 30만명은 중원 각지로 옮겨갔고 신라에 투항한 사람은 10만명 정도다’ ‘고구려의 강역(국경)과 세력범위가 확대됐을 때라도 모두 한나라 이후 중앙정권이 관할했던 동북지방 군현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구려는 중원의 한 왕조부터 북위, 북제, 수, 당에 이르기까지 줄곧 중앙정권과 군신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래서 지방 소수민족 정권의 하나인 것이다’ 모든 질문과 답변이 고구려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는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 말미에 실린 부록 ‘고구려와 동북지방의 민족 및 강역 연구의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내용 중 편집자 글을 보면, 이 같은 중국 학자들의 주장이 순수하게 학문적 성과를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실토하고 있다. 편집자는 서문 형식의 글을 통해 ‘고구려와 동북지방 민족 및 강역 문제는 한편으로 학술문제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엄중한 정치문제이다. 그래서 당과 국가가 처음부터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고 밝혀 정치적 동기가 숨어 있음을 간접 시사했다.

(조선일보 / 조중식 특파원 2004-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