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긴 침체터널’ 들어서나

정부는 어설픈 낙관론, 정치권은 이념투쟁

한국 경제가 경기침체의 긴 터널로 진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향후 경기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에 일제히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으며 그동안 국내 상황에 비교적 ‘초연한’ 모습을 보였던 외국인투자자 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동행·선행지수 3개월째 하락 '빨간불'

30일 통계청의 ‘2004년 6월 및 2·4분기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월 98.9로 전달보다 0.8%포인트 감소했고 앞으로 6~12개월 후의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하는등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모두 전달에 비해 3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향후 경기전망 ‘암울’〓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는 지표의 구성상 ▲산업생산 ▲출하 ▲재고등 한 가지 지표보다 훨씬 종합적으로 현단계와 앞으로의 경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의 3개월 연속 동반하락은 올 하반기 한국 경제가 침체의 긴 터널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실물경제의 ‘선행지표’격인 국내 주가 움직임도 향후 한국 경제가 침체의 나락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국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4월23일 936.06(종가 기준)까지 올라갔던 종합주가지수는 3개월여만인 7월29일 730.61을 기록하며 2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또 ‘시장’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된 코스닥증권시장에서는 코스닥지수가 7월29일 328.44를 기록하며 사상최저치 기록을 경신했다.

◈‘어설픈’ 낙관론만 내세우는 정부〓지난 몇 개월 동안 경기침체를 알리는 이상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됐지만 정부는 어설픈 낙관론만 내세우며 경기위기 논쟁등으로 일관해왔다.

최근 경제계에서 불거진 가장 큰 쟁점들을 살펴봐도 경제위기 논쟁, 이헌재 부총리가 제기한 시장경제 논쟁, 행정수도 이전 논쟁, 카드정책관련 책임논쟁등 현실 경제와 관련된 사안은 거의 없다. 지표상으로 4~5% 성장을 한다는 올해도 이미 ‘영하권(零下圈)’으로 추락한 서민들의 삶이 경기악화로 올 하반기에 이어 내년 상반기로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 분명한데도 대응책 마련을 위한 제대로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마저 빠져나가면 최악〓이같은 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내 주식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불안감을 느껴 급격히 유출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29일 서울 주재 외국계 증권사 책임자의 말을 인용, “고객들에게 처음으로 정치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국내 투신업계의 펀드매니저는 “최근 모든 경제지표를 종합해 볼 때 올 연말, 내년으로 갈수록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외국인의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경우 금융시장 전체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2004-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