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 영유권 주장은 통일을 어렵게 한다

지난 7월 중순 동북아 군축회의 참석차 상하이에 갔을 때, 중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동북공정을 놓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필자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결코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보다 큰 틀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의 변방사로 편입시키면서 한국인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한국 내에서 '중국경계론'을 불러오고 있고, 이는 미국과 일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중국위협론'과 맞물려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협력체제의 출현을 재촉할 수 있다는 '경고'도 해주었다.

이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동북공정은 순수한 학술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써 정치적인 의도가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수많은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이 개별 민족의 역사를 인정하게 되면, 분리주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는 의도가 '간도 문제'에 있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했다. 이들은 향후 한국이 간도를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할 것을 우려해 고구려사를 한국사에서 분리시킴으로써 그 역사적 뿌리를 뽑아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가, 1990년대 중후반 만주와 백두산을 찾은 한국 관광객들이 "만주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것에 자극을 받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그것이 정치적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냐"며 되물으면서, 중국 정부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를 한국사에서 삭제하고, 관영매체를 통해 고구려를 중국의 변방사로 둔갑시킨 것은 순수한 학술적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논쟁은 한미동맹으로까지 이어졌다. 필자는 최근 미국이 한미동맹을 지역동맹화하려는 것에 대해 중국의 시각을 물었고, 이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는데 한국이 기지를 제공하면 중국은 한국 내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들은 "그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며 한국의 현명한 선택을 주문하기도 했다.

필자는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동북공정은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며 중국의 현명한 처사를 당부했다. 동북공정이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오고 있는 것을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고, 이는 한미동맹을 지역동맹화하려는 미국의 의도와 결합해 중국이 결코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도 분쟁지역화'의 문제점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의 이러한 동북공정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중국의 의도가 한반도가 통일되면 간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에 있는 만큼 문제의 본질은 '간도 문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정부의 안일함과 여론의 과잉반응으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정부는 동북공정이 "학술적 차원"의 문제라며 정부 차원의 대응을 소홀히 했다가 중국 정부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학술적으로 검증이 되기도 전에 중국 정부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를 한국사에서 제외시키고 관영 매체를 통해 고구려는 중국의 변방사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반해 국민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오만함과 한국 정부의 안일함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간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간도학회'가 조직되었고, '간도 되찾기 국민운동 추진위원회'도 출범됐다. 이들은 "간도를 영토 분쟁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며, 본격적으로 범국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을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간도의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역사적, 문헌적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총체적인 국익을 훼손할 수 있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가 간도학회의 이일걸 부회장과 인터뷰한 내용을 중심으로 '간도의 분쟁지역화'의 문제점들을 보기로 하자(<오마이뉴스> 7월 28일자).

먼저 1909년 중일간에 체결된 간도협약이 해방과 함께 무효가 되었다는 점은 타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과 중국이 1962년 맺은 '조·중 변계조약'까지 무효로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당시 양국은 백두산 천지를 양쪽에서 나누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하는 국경선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이일걸 부회장은 이 조약이 비밀조약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통일 한국 정부가 북한이 맺은 국제조약을 승계하지 않는다는 것을 별도로 규정하면 된다"며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단편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다. 통일이 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한국은 간도의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이 이러한 의도를 갖게 되면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려고 할 것이다. 동북아의 국제관계와 북중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이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에서의 통일은 대단히 어렵다.

중국으로서는 '조·중 변계조약'을 체결한 북한을 한국의 간도 영유권 주장을 차단하기 위한 '완충지대'로 삼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코리아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국을 봉쇄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통일 이후에 간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가 통일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러시아의 연해주까지 영유권을 주장해야 한다는 논리는 러시아와의 관계까지 틀어지게 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 부회장은 한 걸음 더 나가 "현재 헌법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내용을 '대한민국의 영토는 북방 고토와 한반도 및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고쳐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실성이 없을뿐더러, 국제법적으로 엄연한 주권 국가인 북한의 주권을 부정한다는 근본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현재의 헌법상의 영토조항도 국제적인 현실과 괴리되어 개정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를 '북방 고토'까지 확대시키게 되면, 이 속에서는 북-미, 북-일 관계를 정상화시켜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키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겠다는 국가전략 자체가 설자리를 좁아지게 된다.

중국에 대한 분노와 현명한 대응을 구별해야

기실 '간도 문제'를 본질로 하는 동북공정은 향후 한중관계에 중대한 변수가 되고 있다. 중국이 고구려 역사까지 왜곡하면서 간도의 분쟁지역화를 예방하려고 하면 할수록, 한국인의 분노와 감정적인 대응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또 다시 중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해 양국 사이에 '실익 없는' 민족주의의 충돌로 비화될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있다. 이 기회에 간도의 영유권을 주장해야 한다는 것은 일정 정도 역사적인 타당성을 가질 수는 있지만, 현실성과 다른 목표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현명한 대응이라고 보기 어렵다.

수많은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만과 티벳 등에서 분리주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영토적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은 21세기 중국의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 되고 있다. 이는 물론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민주화의 요구를 차단하기 위해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중국 지도부의 정치적 의도도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이 간도 문제를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인다는 것은 중국과의 정면 충돌을 불사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는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부터 한반도의 통일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근본적인 이해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이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적 손실도 불사해야 한다.

중국의 오만함에 대한 분노와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영토에 대한 의도를 가지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도 역사를 근거로 영유권을 주장한다면, 양국 사이에 적나라한 힘의 대결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에게 결코 득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반성해야 할 대목이 많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안일한 외교로 일관하면서 여론의 과민한 반응을 야기시킨 것은 아닌지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은 중국의 역사 뒤틀기에 대한 항의의 뜻도 있지만, 양국 사이에 민족주의 감정이 충돌해 외교안보 전략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 정욱식 기자 평화네트워크 대표 2004-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