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대 시장 알면 ‘백전백승’

중국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려면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유럽 대륙보다 크고 31개 성·시·자치구,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에 동일한 시장전략을 적용할 경우 ‘백전백패’라는 것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베이징청년보(北京靑年報) 등 중국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시장을 대표하는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3대 도시도 상이한 문화적 배경 때문에 소비 패턴도 사뭇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화베이(華北) 경제권의 베이징인들은 ‘마음에 들면 가격은 상관없다. ’는 생각이 강한 반면 화둥(華東)경제를 이끄는 상하이인들은 ‘돈은 품위있게 써야 한다. ’는 브랜드 지상주의에 젖어있다. 반면 최초의 경제특구로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광저우인들은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하는 실용주의자들이다.

정신적 효용을 중시하는 베이징인 베이징인들은 수도에 살고 있다는 ‘우월감’ 때문에 귀족의식이 짙다. 성격도 화끈한 둥베이(東北)인들을 닮아 택시 기사들조차 국가문제만 나오면 ‘창장(長江)의 물’처럼 유창한 달변을 자랑한다.

베이징인들은 ‘왜 열심히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책임감 때문’이라는 대답이 30.1%로, ‘개인적 출세 또는 소득 증대’(27.4%) 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베이징인들은 소비에서 ‘정신적 효용’을 중시한다. 고품질을 추구하는 성격은 가격을 중시하지 않는 소비패턴으로 나타난다. 식품과 음료수,내구성 소비재 등을 구입할 때 가격을 따지는 비율은 광저우·상하이보다 10% 포인트 정도 낮다. 물론 베이징인들 중에는 부패에 물든 고급 관료나 중국 각지에서 몰려든 출세지향적인 인사들이 많아 이들이 ‘눈먼 돈’ 때문에 씀씀이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유명 브랜드에 집착하는 상하이인 중국 최대 경제도시인 상하이는 오랜 개방 경험으로 국제화에 민감한 도시이다. 돈을 ‘품위있게’ 사용하는 상하이인들은 베이징인들처럼 고급품을 선호하지만 서방 국가의 브랜드 수입품을 선호한다. 54%의 상하이인들이 ‘수입품을 좋아한다. ’고 밝혀 베이징인들보다 14% 포인트가 높았다. 반면 상하이인들은 구매시 가격을 따지고 베이징인들과 달리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상담을 좋아한다. 첨단 가전제품이나 부동산 등 고가품을 구입할 때 중개 서비스나 ‘관시(關係)’를 활용한 소비 패턴이 이뤄진다.

실용주의자 광저우인 광저우는 중국 개혁·개방의 물꼬를 튼 화난(華南) 경제권의 대표주자이다. 홍콩과 가장 가까운 광저우인들은 홍콩인들과 생활방식이 비슷하다. 정치나 국가대사보다 ‘어떻게 돈을 버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베이징청년보 조사에서 광저우인의 43.7%가 ‘개인출세와 소득을 위해 일을 한다. ’고 답해 상하이인(38.5%)보다 높았다. 그러나 2세 교육을 위한 투자비는 베이징과 상하이보다 높았다.

투자에 능한 광저우인들은 소비에 있어서도 가격보다 실용가치를 따지고 브랜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44%의 광저우인들은 물건 구입시 판단 기준이 ‘실용성’이라고 대답했다. 광저우인들은 ‘유행을 모르고 투자에 능한 상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전문가들은 광활한 중국 시장의 성공적 공략을 위해선 지역별로 다른 진입전략을 써야 한다고 충고한다. 입맛이 까다롭고 실용주의에 길든 광저우 시장에 일단 상품을 출시한 후 고객들의 동향을 지켜보면서 서서히 고품질·고브랜드를 선호하는 상하이와 베이징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적절한 시장 공략법이란 지적이다.

(서울신문 / 오일만 베이징특파원 2004-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