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성곽을 담은 사진작가 전성영씨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을 필두로, 경기 연천군 당포성과 호로고루성, 경기 하남시 이성산성 등지의 거의 모든 발굴현장에서 기자는 지난 6년 동안 사진작가 전성영(41)씨를 만날 수 있었다.

문화유산, 특히 고고학 발굴현장에 나타나 묵직한 카메라를 메고 연방 셔터를 터뜨리는 그는 국내 거의 유일한 이 분야 전업작가라 할 수 있다.

이런 그가 지난 7년간 직접 누빈 국내외 고구려 유산을 정리한 기행문 겸 사진 집 「천리장성에 올라 고구려를 꿈꾼다」(한길사)를 최근에 냈다.

지난해 여름, 역시 당시에도 발굴현장에서 만난 그에게서 기자는 바로 전 중국 에서 그가 겪은 일들을 들을 수 있었다. 한때 고구려 왕성이기도 했던 환도산성에 올라 현장 사진을 찍다가 중국 공안원에게 붙들려 카메라를 빼앗겼다는 것.

이전에 사용하던 필름 카메라를 처분하고, 500만원을 주고 막 구입해 들고간 디지털 카메라였는데, 불행중 다행으로 메모리 칩에 정리해둔 다른 사진 자료들은 압수 당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지 고향이 평양이어선지, 고구려가 더욱 좋습니다. 고구려를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7년 전, 한 항공사 기내지의 의뢰로 만주지역에 갔을 때였습니 다. 그때 광개토왕비를 처음 마주했는데, 현기증이 날 정도로 인상이 강렬했습니다"

이후 고구려 역사 공부에 매진하면서 그의 관심 영역은 만주는 물론이고 한반도 중부지역, 특히 고구려 유산이 연이어 확인되고 있는 한강과 임진강 유역으로 자연히 확대돼나갔다.

이번 책에는 고구려를 향한 이런 열정의 궤적이 차례로 드러나 있다. 먼저 수당의 침략을 막기 위해 고구려가 동쪽 변경 남북을 가로질러 쌓았다는 천리장성 및 그 주변 현장을 답사한 내용이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후반부는 임진강과 한강 유역 일대에 있는 호로고루ㆍ당포성ㆍ은대리성ㆍ시루봉 보루ㆍ아차산성ㆍ이성산성ㆍ 국원성ㆍ장미산성ㆍ온달산성ㆍ왕검성 등의 문화유산으로 꾸몄다.

"저는 새천년(2000년) 첫날을 고구려의 두번째 수도인 지안에서 맞이했습니다. 당시 동국대 윤명철 교수와 둘이서 이른 아침 물안개가 오른 비류수를 지나 눈 덮인 오녀산성(고구려 첫 도읍지로 추정)을 올랐습니다. 감동적이긴 했으나 날씨가 너무 추웠던데다 유적이 눈으로 덮여버려 이때 사진은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2년 뒤 전씨는 단단히 작심을 하고 마침내 천리장성 주요 거점성 답사를 감행하게 된다. 이때 둘러본 유적이 이번 책에 수록된 백암성ㆍ신성ㆍ요동성ㆍ안시 성ㆍ건안성ㆍ용담산성ㆍ오골성ㆍ홀본성ㆍ국내성 등지이다.

"언젠가는 아버지 고향인 북한을 방문해 고구려 유적들을 카메라로 담고 싶습니 다."

(연합뉴스 2004-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