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세계유산의 등재가치

며칠 전에 일본의 국영방송인 NHK는 하루 종일 특집방송을 위성을 통하여 전세계에 내보내고 있었다. ‘世界遺産’이라는 타이틀로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일본의 ‘기이산지 문화경관’이 최근 일본에서 12번째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생중계를 통하여 현지를 보여주고 초등학생들이 동원되어 성화를 봉송하며 요란을 떠는 것을 보면서 과연 우리 도민들은 현재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세계자연유산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데에 의문이 들었다.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7일까지 중국 소저우에서 열린 제2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정기이사회에서는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을 비롯하여 34개의 세계유산이 새롭게 등재되었다. 현재 세계유산은 134개국 788건(문화유산 611건, 자연유산 154건, 복합유산 23건)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창덕궁을 비롯하여 7건의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자연유산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몇 해 전에 설악산을 자연유산으로 신청한 적이 있으나 실패하였다고 한다. 주민의 반대와 준비 부족으로 신청서를 철회한 것이다. 이 얼마나 창피스러운 일인가. 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유산은 세계적인 가치를 지닌 유산을 인류의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주기 위한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통하여 미래를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은 유네스코의 보호를 받으며 지역적으로 이익이 되는 일이다. 실제로 일부 사람들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개인 소유권과 이용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유네스코는 법적 제한권이 없으며 각 나라나 지방의 개별법에 의해 관리된다.

세계유산 중에서 자연유산은 문화유산에 비해 등재 받기가 상당히 어렵다. 실제로 이번에 등재된 34건의 세계유산 중에서 자연유산은 5건이 지정되었는데 신청은 15건이었다고 한다. 3분의 1만이 등재받은 것이다. 따라서 제주도의 자연유산이 신청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등재되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제주도자연유산지구는 용암동굴과 화산지형이라는 제목하에 등록신청을 준비중에 있다. 한라산을 비롯하여 산굼부리, 성산일출봉, 주상절리대의 화산지형과 거문오름에서 연속적으로 형성된 벵뒤굴, 만장굴, 김녕사굴, 당처물 동굴의 용암동굴시스템이 등재지역이다. 제주를 방문한 외국 학자들은 제주도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세계적인 타 지역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연구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제주도청이 중심이 되어 자연유산 등록에 만전을 기함은 물론 제주도민 모두의 관심과 기대가 요망되고 있다.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다면 제주도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효과는 물론 도민의 자긍심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누가 우리가 가진 공동재산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저할 것인가. <강순석/유네스코 제주협회 사무국장>

(제주일보 2004-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