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한하는 UNESCO 마쓰우라 사무총장 인터뷰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사무총장이라면 세계 '문화권력'의 수장이라 할 만하다. 마쓰우라 고이치로(松浦晃一郞.67.사진)의 방한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방한 시기는 오는 26일부터 31일까지. 비서 말대로 '항상 바쁜' 그를 20일 파리의 유네스코본부 6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 방한 목적은.

"첫째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창립 50돌 행사 참석이다. 둘째는 한국에서 열리는 제3차 어린이 공연예술제를 보기 위해서다. 한국과 중국.일본.몽골 등 4개국 어린이가 참가한다. 개인적으론 3년 전 처음 한국을 찾은 데 이어 두번째 공식 방문이다."

- 지난 4월 유네스코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 활자본인 한국 직지심경의 이름을 따 직지상(UNESCO/Jikji Memory of the World Prize)을 제정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유네스코가 세계기록문화 유산으로 인정한 것은 모두 91건이다. 직지심경은 한국의 매우 중요한 불교 고문서이지 않은가. 유네스코 내부에서도 이 이름을 딴 상의 제정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상은 2년마다 한번씩 기록문화 보호에 중요한 기여를 한 개인이나 기관에 시상한다."

-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다시 태어났다. 중국 언론에선 '고구려가 고대 중국의 지방 정권'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지정의 참뜻은 무엇인가.

"세계문화유산 협약이 생긴 것은 1972년이다. 이후 해마다 세계문화유산위원회를 열고 있다. 올해는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을 새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두 유적 모두 세계문화유산의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이번 사건(역사 문제)을 해결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세계문화위원회는 문화 분야에서의 국제적 공인을 부여하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이 논쟁엔 개입할 수가 없다."

- 한국과 프랑스 사이엔 외규장각 고문서 반환문제가 현안이다. 약탈.도난 또는 불법 매매된 문화재 반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70년 유네스코가 만든 국제협약은 문화재 불법 매매를 금하고 있다. 가입국은 104개국이다. 협약에 따르면 문화재를 도난당한 국가는 그 문화재가 발견된 나라에 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소급 적용은 되지 않는다. 즉 협약이 발효되기 이전에 약탈된 문화재는 적용을 받지 않는다. 문화재 불법 반출입 금지 협약과 관련된 정부간 위원회가 존재하지만 토론 포럼에 불과해 사법적 권리를 갖지 못한다."

- 당신은 '어떤 문명도 순수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문명간 상호 이해를 높여야 한다며 '문명 간의 대화'를 주장했다. 이라크전쟁은 문명간 대화인가, 충돌인가.

"내 생각에 이라크전쟁은 문화간 충돌이나 문명간 충돌의 산물은 아니다.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재건이다."

- 문화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에선 스크린 쿼터가 일정 부분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유네스코는 문화유산과 건축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협약을 준비 중이다. 지금 문안을 작성 중인 문화협약은 각국의 예술적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다. 이 맥락에서 스크린 쿼터제의 유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 한국은 분단국가다. 남북간 정치교류 못지않게 교육.과학.문화 분야에서의 협력 활성화도 중요하다. 유네스코가 어떻게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북한의 고구려 고분벽화 보존을 위해 한국이 많은 협력을 했다. 그 협력은 유네스코를 매개로 이루어졌다. 즉 한국이 유네스코에 별도 기금을 기증해 북한의 고분벽화 보존을 지원했다. 이것은 본보기가 될 만한 사례다. 유네스코는 남북한을 포함한 다른 문화 간의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매개 역할을 할 것이다."

- 유네스코에선 세계언론자유상도 수여한다. 현재 세계의 언론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세계언론자유상 제정은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언론자유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 불행하게도 세계엔 언론자유가 없는 나라, 민주주의가 없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 유네스코엔 인권상도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엔 어떤 관심을 기울이고 있나.

"유네스코는 이미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북한과 협력했으며 교육 분야에서도 협력 중이다. 문화.과학기술 등에서 다각적인 협력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것은 북한 주민들이 자기 나라를 개혁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 이력을 보면 59년 도쿄(東京)대 법학부를 중퇴했다. 외무성에 일찍 들어가기 위해서였나.

"법대 학위를 따는 데 필요한 모든 학점을 이수한 후 학위를 받기 위해 대학과 협상했다. 그러나 대학에서 거부했다. 꼭 4년을 채워야만 졸업장을 주는 제도였다. 하지만 미국에선 그렇지 않다. 2, 3년 만에도 학점만 이수하면 학위를 받을 수 있다. 공식적인 학위는 없지만 내가 한 것은 법대 학위에 상응한다."

(중앙일보 2004-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