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독자성, 중국보고서로 확인"

중국의 고구려 유적에 대한 발굴 보고서 두 권이 최근 중국 문물출판사에서 출간됐다.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은 21일 고구려의 첫번째와 두번째 수도였던 '오녀산성'(랴오닝성 환런현)과 '국내성'(지린성 지안시) 조사 보고서를 중국 현지에서 입수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고구려 유적 발굴 조사를 본격화한 1990년대 중반 이래의 성과를 담아낸 첫 본격 보고서다.

중국은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맞춰 일종의 '전략 상품'으로 모두 네 권의 보고서를 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간한 '오녀산성'(398쪽)과 '국내성'(232쪽)에 이어 '환도산성'과 '지안(集安) 고구려왕릉'도 곧 나온다는 것이다.

고구려연구재단의 임기환 연구실장은 "'국내성' 보고서에는 '발굴조사 결과 고구려 이전의 문화층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표현이 나온다"며 "이는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고 처음부터 중원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강조하는 중국측 주장과 달리 독자적으로 문화를 발전시켰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00.2001.2003년 등 세차례에 걸쳐 국내성터를 상세히 조사했다.

'오녀산성'보고서에는 1996년부터 2003년까지 모두 4차례 발굴한 결과를 담았다. 보고서는 오녀산성의 문화층을 5개 층으로 나눴다. 제1기는 후기 신석기시대, 제2기는 청동기시대 후기, 제3기는 고구려 초기, 제4기는 고구려 중기, 제5기는 금나라 문화층에 해당된다고 했다. 임 실장은 "국내성에선 안나온 고구려 이전의 유적이 오녀산성에서 나온 것은 고구려가 첫 도읍지로 과거 사람들이 거주하던 곳을 택했기 때문인 듯하다"며 "특히 청동기시대 후기와 고구려 초기 문화층의 집터.토기.석기 등을 더 깊이 연구하면 동북지역의 토착문화에 기반을 둔 고구려 문화의 독자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2004-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