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구려사 왜곡, 항의로 그칠 건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는 데도 우리 정부는 손을 놓고 있어 걱정스럽다. 중국 주재 본지 특파원이 그제 지안의 유적 현장에서 전해 온 역사 왜곡 실상은 심각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결정에 때맞춰 대대적인 보수를 끝내고 재개관한 지안시 박물관은 “고구려는 중국고대소수민족이며 지방정권의 하나”라고 아예 머릿돌에 새겨 놓았다고 한다. 박물관에 배치된 안내원들은 세계문화유산 지정 후 몰려들고 있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고구려 역사는 중국의 고대사에 포함된다. ”고 태연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게 어디 될 말인가.

중국은 이달초 외교부 공식 홈페이지의 한국역사 소개 글에서 고구려 부분을 삭제한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샀다. 관영 신화통신과 인민일보는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실을 보도하면서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고작 한차례 중국 외교부와 중국대사에게 항의를 한 것뿐이다. 그러니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박물관 머릿돌에까지 잘못된 역사가 새겨지고, 관광객들에게 왜곡된 사실이 전파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 세계인의 역사 인식에서 지안 땅의 한국사가 영원히 실종되지 않을까 두렵다.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역사 왜곡에 앞장서는 것은 한·중 합의 위반이다. 정부는 더이상 이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단순한 항의 차원을 떠나 협상을 통해 잘못된 것을 시정해야 할 것이다.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를 통한 고구려 역사 홍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북한 고구려유적의 추가적 문화유산 등재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고구려 유적을 세계관광객에게 개방해 한국사를 널리 알리는 방안 등 다각적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2004-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