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역사 잘못알까 두려워”
중 ‘동북공정’ 삭발항의
유은미 국학운동 충남지부 대표

“우리 아들이 어른이 돼서 고구려 역사를 우리 할아버지들의 역사가 아닌 중국 사람들의 역사로 배울까 두렵습니다.” 1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왜곡·축소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이른바 ‘동북공정’에 항의하기 위해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모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주부 유은미(31·여)씨는 중국의 역사 왜곡에 맞서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6명과 함께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형민이가 머리카락을 자르지 말라고 울먹였는데, 까까머리 엄마를 어떻게 맞아줄지 궁금하다”면서도, “하지만 중국 주장대로 우리 역사가 신라와 백제에서 시작한다면, 고구려뿐 아니라 고조선도 없어지는 거죠. 그렇게 되면 우리 역사는 5천년이 아니라 2천년으로 줄게 되는 거고요. 아이들한테 그런 역사를 가르칠 수는 없는 일 아니겠어요”라고 결연하게 반문했다.

지금은 우리 역사를 지키기 위해 삭발을 자청할 정도로 억척스런 ‘역사 지킴이’가 됐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텔레비전에 역사 관련 프로그램이 나오면 채널을 돌리던 평범한 주부였다. 그는 “그때만해도 우리 조상은 당쟁을 일삼는 소인배들이고 우리 역사도 부끄러운 일들이 많다는 부정적 생각이 컸다”고 했다.

우리 역사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은 2002년 9월 ‘국학원’ 강좌에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이념과 만주 벌판을 내집처럼 내달리던 고구려의 기상을 접하면서부터다. 강좌를 통해 “가슴 떨리는 뿌듯함에 생활 태도까지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깨달음은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중국의 ‘동북공정’ 사업이 알려진 뒤, 국학운동시민연합 충남도 지부 대표로 활동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1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서명운동은 올해 2월 중국대사관에 100만명의 서명을 전달하는 열매를 맺었다. 그는 “일본은 사실을 왜곡해가면서까지 후손들에게 자랑스런 역사를 가르치려 애쓰는데 우리는 있는 역사도 제대로 못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겨레신문 2004-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