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얼마나 더 당하려고…

중국은 갈수록 우리에게 위협적 존재가 돼가고 있다. 고구려사를 꿀꺽 삼키려 들지를 않나, 우리 정부 주요기관을 해킹하지를 않나…. 경제의 활력이 우리를 저만치 따돌리고 앞서가는 것은 이미 옛날 얘기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며 흥분해 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우리의 속을 완전히 뒤집어놓을 뉴스가 중국의 미디어들을 때리고 있다.

우리가 정부 주요기관에 대한 해킹 사건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관계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흥분하고 있을 때, 인민해방군 총참모장 양광례(楊光烈)는 이렇게 촉구했다고 한다. “정보화 부대를 건설해서 정보화 전쟁에서 승리하자.” 뭐 감출 것도 없다는 듯 양광례는 지난 14일 허베이(河北)와 산시(山西)성을 순시하면서 그렇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고구려사를 꿀꺽 삼키기 위한 동북공정(東北工程)이 중화(中華)제국주의의 발로라고 우리가 흥분하고 있을 때도 우리의 속을 완전히 뒤집어놓기에 충분한 소식이 중국 안에 퍼졌다. ‘중국 국가지리’라는 월간지 6월호가 고구려 특집을 했다는 것이다. 1950년에 창간돼 무려 524호를 냈다는 이 권위 잡지는 고구려 특집호에 이런 글을 실었다고 한다.

“망각 속에 잊혀졌던 고구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고구려를 조선의 역사로 잘못 알고 있었다니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이 잡지는 그러면서 “불평지명(不平之鳴·평생 한 번 우는 비장한 울음)을 운다”고 했다고 한다. 정말 우리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그러나 우리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다음과 같은 소식을 들으면 비로소 문제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그것은 10년 전 상하이(上海)에 설립된 CEIBS(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라는 MBA스쿨이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MBA스쿨 가운데 53위에 랭크됐다는 것이다. 53위가 대수냐고 하겠지만, 불행히도 일본과 한국을 포함, 아시아에는 100위 안에 들어가는 MBA스쿨이 없는 실정이다. 언제 그런 학교가 생겼느냐고 하겠지만 미국 인디애나 대학 박사 출신의 미국인 제럴드 프릭셀 학장은 이런 자랑을 하고 있다.

“교수진은 미국 영국 독일 스페인 그리고 중국 캐나다 출신이다. 학생들은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코넬 도쿄대와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 학사 또는 석사 출신들이다. 학생들의 33%가 GMAT 700점 이상이며, 770점짜리도 있다.”

그래도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이 안 된다면 중국 지도자들과 교육계가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추진하고 있는 ‘211공정(工程)’이나 ‘985공정(工程)’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211공정은 “21세기에 중국의 100개 대학이 세계 일류대학의 대열에 들게 하겠다”는 계획이고, 985공정은 1998년 5월 베이징대학 개교 100주년에 한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의 연설에 따라 전국의 9개 대학을 선정, 집중적 재정지원으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미국 하버드와 같은 세계 일류대학을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문제는 바로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중국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동안 우리는 ‘균형과 분산’을 통해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얼마나 더 당해야 우리는 정신을 차리게 될까. <박승준 중국 전문기자>

(조선일보 2004-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