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고구려 사랑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한ㆍ중 양국간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매체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고구려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보도돼 눈길을 끌고 있다.

17일 평양방송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85년 9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성황리에 열린 고구려문화전 개최를 제의하고 전시회 세부 내용을 기획한 것으로 소개됐다.

이 전시회는 재일동포에게 민족의 얼을 심어주고자 기획됐지만 고구려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다뤘다는 점에서 고구려에 대한 그의 애착을 그대로 보여줬다.

당시 전시품은 높이 6m가 넘는 광개토왕릉비 모형을 비롯해 최근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덕흥리벽화무덤의 실물 크기 모형과 각종 악기와 무기, 옷 등 240여점에 달했다. 대형트럭 30대 분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김 위원장은 전시회 개최 한달 전에 조사단을 일본에 파견, 전시내용을 확정토록 하고 수차례에 걸쳐 관계자들을 불러 세부사항을 논의할 정도로 전시회 개최에 열성적이었다는 게 이 방송의 설명이다.

당시 전시회를 둘러본 일본 문화계의 한 인사는 "일본 고대문화의 원류가 고구려문화에 있음을 실물로 확인하게 됐다"면서 "어머니(고구려)의 젖꼭지를 물고 자란 자식(일본)이 조선에 배은망덕한 죄를 지었다"고 말했다고 평양방송은 전했다.

이런 김 위원장의 고구려 사랑은 약관의 나이가 되기도 전인 60년 10월 29일 발표한 `삼국통일문제를 다시 검토할 데 대하여'라는 논문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 논문은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기는 했지만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가 존재했다는 점에서 신라가 삼국통일을 했다는 평가를 반박했다. 이는 우리 민족 역사가 `고조선-고구려-고려-조선'으로 이어졌다는 북한의 역사관과 일치한다.

북한은 최근 고구려사 왜곡문제를 의식한 듯 지난 1월29일 사회과학원과 김일성 종합대학, 조선중앙역사박물관 등의 사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김일성 주석의 동명 왕릉 발굴 교시 30주년을 기념한 토론회를 연 데 이어 5월 4일에도 고구려건국 2280주년 기념 전국학술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연합뉴스 2004-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