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시정을 주시한다

정부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항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 쪽은 “두 나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알려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것인지 모호한 태도다. 즉각 성의 있는 조처를 취할 것을 중국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일본의 역사 왜곡을 강하게 비난하는 중국이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고구려사 왜곡은 중국 정부가 주도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에 알려지긴 했지만, 중국 외교부의 홈페이지가 한국 역사를 소개하면서 신라·고구려·백제 삼국에서 고구려를 삭제한 것은 지난 4월20일이다. 이후 북한과 중국이 신청한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된 다음날인 7월2일 관영매체인 <신화통신>과 <인민일보>는 일제히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부’라고 강변했다. 최근 대대적으로 보수해 재개장한 중국내 고구려 유적의 안내판과 안내원도 하나같이 ‘고구려는 중국의 고대 소수민족 정권’이라고 설명한다. 곧 개정될 초·중·고 교과서도 이런 내용을 포함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일련의 조처는 두 나라 사이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깬 뻔뻔스런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지난 2월 고구려사 문제를 학술 차원에서 다루자는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인 바 있다.

사태가 지금에 이른 데는 우리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정부는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분으로 편입시키려는 이른바 ‘동북공정’이 2년 전부터 중국 정부의 자금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말로만 “고구려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우리 역사의 일부분으로 어떤 경우에도 이를 훼손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혀왔을 뿐이다. 정부는 이제 더 느슨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때에 따라서는 한-중 관계의 악화도 각오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2004-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