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에 `고구려 삭제' 공식항의 배경

정부가 중국에서는 김하중(金夏中) 주중 대사를 통해, 국내에서는 리 빈(李 濱) 주한 중국대사를 소환해 `안팎'으로 `고구려 삭제' 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한 것은 이 문제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정부는 연초 중국내 학계 일각의 고구려사 편입 논란과 이달 초 신화통신, 인민 일보 등 관영매체가 `고구려는 (중국 왕조의) 지방정권'이라고 보도했을 때만 해도 내심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액션'은 삼가왔다.

이미 지난 2월 13∼15일 중국 외교부 왕 이(王 毅) 부부장의 방한을 계기로 양 국이 고구려사 문제를 정부 차원이 아닌 학술 차원에서 접근해 나가자고 합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의 홈페이지 `고구려 삭제'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입장이 바 뀐 분위기다. 이번 기회에 고구려사 문제를 분명히 짚고 가겠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특히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그동안 문화외교국에서 다뤄온 중국 의 고구려사 편입시도 문제를 아시아태평양국 소관으로 넘겼다.

여기에는 중국 외교부의 `고구려' 삭제 행위가 더 이상 학술 차원의 문제가 아 닌 외교문제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www.fmprc.gov.cn)에서 한국의 역사를 소개한 `서기 1 세기 전후 한반도 북부 일대에서 출현했으며 신라.백제.고구려 등으로 분할된 정권 이었다'는 문구를 지난 4월 20일 수정해 `고구려'를 삭제했으며, 이는 중국 당국이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는 자국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교과서와 정부 차원의 발간물인 세계지식연감과 함께 대외적인 공식 표현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14일 "중국측이 먼저 고구려사 문제를 학술적으로 해결하자고 제안, 합의해놓고 자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를 삭제한 것은 합의정신에 어긋 나는 행위"라며 "중국 정부 차원의 분명한 답변을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요구에 쉽게 수긍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우리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기로 이미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은 `중국 동북변경지방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연구작업'을 뜻하는 `동 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 즉 `동북공정'을 정부 차원에서 정부의 자금으로 추진하면서도 외교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그 책임을 역사학계로 돌리는 이중성을 보여왔다.

외교부의 다른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홈페이지를 개정하면서 `고구려'를 삭제 한 것은 내부적으로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양국간 대화와 관련해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4-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