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사이버전’ 가상현실 아니다

미 국방부, 컴퓨터 특공대 별도 양성
우리 군, 방어에만 주력

중국에 거점을 둔 해커조직들이 최근 국가.공공기관의 인터넷을 무참하게 공격한 사건을 계기로 각 국의 사이버전 수행 능력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 해커들은 지난 6월 이후 한달사이 해양경찰청 77대, 국회 69대, 원자력연 구소 50대, 한국국방연구원 9대, 국방과학연구소 1대 등 국가.공공기관 컴퓨터 211대를 해킹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군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한국국방연구원과 첨단무기체계 연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는 6월 중국 해커들로부터 첫 공격을 당한 후 꾸준한 표적이 되고 있어 단순 해킹기술 과시보다는 '특수 목적'에 따른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13일 이번 해킹 사건이 "개인 차원이 아니라 일정 규모의 조직이 개입된 '국가 안보위협 사건'으로 판단하고 외교통상부와 정보통신부, 국군기무사령부, 경찰청 등 관련부처 합동으로 적극 대응키로 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때문에 정부도 이번 기회에 사이버전에 대비한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장비와 예산 등을 확보하는 등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군사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사이버전을 의미하는 '點穴(점혈, 급소라는 의미)전쟁'이란 군사교리를 발전시키고 있는 중국군은 90년대 중반 총참모부 산하에 전자방어 레이더부를 창설하고 각 군구, 집단군 및 오토바이 보병사단에 각각 전자방어연대를 편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군이 개발중인 정보.전자전 무기는 ▲핵폭발을 야기하는 것과 유사한 전자충격을 일으켜 무기체제의 전자장비를 파괴할 수 있는 전자기 진동 미사일 탄두 ▲컴퓨터 네트워크에 파괴적인 소프트웨어를 은밀히 풀어놓는 이른바 '트로이 목마' 계획 등인 것으로 보인다고 한 전문가는 전했다.

사이버전에 있어 타국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국은 공군 우주사령부가 주축이 돼 각 군에 분산된 사이버전 대비 프로그램을 통합한 종합적인 사이버전쟁 대비 전략을 오래전부터 마련해 놓고 있다.

사이버 병기를 공격용 헬리콥터와 탱크, 토마호크 미사일 등과 함께 군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전력으로 보고 통합 프로젝트에만 32억 달러를 썼다.

미 국방부는 지난 2000년 1월 '향후 모든 전쟁에서 사이버전 개념이 포함된 작전을 수행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하고 컴퓨터 특공대(Computer Commando)를 별도로 양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도 지난 98년 이스라엘의 한 해커가 일본 가나자와(金澤)시의 컴퓨터소프트 제조회사 컴퓨터망을 거쳐 미 해군의 컴퓨터망에 침입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진 후 국가전산망 보호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2001년에는 해커 등 사이버테러를 막기 위한 컴퓨터 보안설비 시스템 구축을 위해 `경제신생 특별예산' 129억엔을 처음으로 편성하기도 했다.

같은 해 마련된 5개년 방위력 정비계획 기간에 자위대에 '사이버전 부대'를 창설하다는 계획도 내놨다.

북한은 평양 자동화대학(구 미림대학) 졸업생 가운데 수재들을 선발해 인민무력부 정찰국 예하 해킹부대 군관(장교)으로 발령하고 있으며, 해킹능력은 미 중앙정보국(CIA)과 맞먹을 정도로 우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우리 군은 공격적인 사이버전을 수행하는 해킹 전담부대는 아직 편성하지 않고 있으며 방어에만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컴퓨터망과 유.무선 네트워크 체계 등 각종 정보시설물에 대한 적의 공격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보작전 방호태세'(인포콘)를 갖춰 놓고 있다.

방호태세가 발령되면 육.해.공군본부, 작전사령부, 사단급 예하부대는 운용중인 정보체계의 이상 상황을 합참 및 국군 통신사령부에 즉각 보고하고 단계별 방호태세 에 따라 대응조치를 취하도록 한 것이다.

국군지휘통신사령부 국방 사이버 상황실과 국군기무사 국방정보전대응센터가 국방전산망을 지키는 눈과 귀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한겨레신문 2004-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