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셈 드러난 중국의 고구려史 왜곡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서 한국 고대사를 언급하면서 슬그머니 ‘고구려’를 삭제하고 ‘신라 백제 등 할거정권’이라고 한 것은 중국 정부 차원의 역사 왜곡이다. 마치 중국의 위(魏) 촉(蜀) 오(吳) 삼국지(三國志)가 위나 촉, 또는 촉과 오의 이국지(二國志)로 간주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최근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의 태도는 중국의 고구려사 연구가 단순히 학술적 진실 규명이나 고구려 유물의 세계문화유산 등록 차원에서 추진돼 온 일이 아님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학계와 언론, 네티즌 등이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허겁지겁 항의성명을 발표하거나,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에 항의하겠다는 식의 방어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를 삭제한 사실도 두 달이 지나서야 알아차렸다.

정부는 중국의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고구려사 왜곡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남북의 공조는 물론 책임 있는 범(汎)국가적 기구를 만들어 체계적이고 공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조상이 차지한 땅은 비록 지키지 못했더라도, 역사만은 지켜야 제대로 된 후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아일보 2004-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