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의 고구려史 왜곡 우리정부 안일한 대응


학술차원 접근 말만 믿고 문화담당에만 처리 맡겨

중국이 각종 수단을 동원해 고구려를 자신의 지방 정권이라고 주장하며 역사를 왜곡하고, 심지어 중·고교 교과서에 이를 반영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으나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안일해 보인다.

현 상황의 심각성은 일련의 역사 왜곡에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1996년 핵심 연구과제로 고구려 역사를 중국 지방 역사로 편입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시작한 게 그 출발. 중국 정부는 그 뒤 2002년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공식 출범하고 최근엔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를 삭제하는 등 치밀하게 역사 왜곡을 밀어붙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지난 2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방한했을 때 정부 차원이 아니라 학술 차원에서 이 사안에 접근하자고 합의했었다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믿고 지난 4월 고구려 연구재단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고구려 연구재단의 활동은 내년도의 공동 기획연구 및 자유연구 과제 논문 공고를 낸 게 전부다.

이 문제를 중국과의 외교 현안을 전담하는 아시아·태평양국 동북아 2과가 아니라 문화협력국 문화협력과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동북아 2과장은 10일 “고구려사 문제는 문화협력과 소관이다.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흥신 문화협력국장은 11일 “우리 정부의 항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을 바탕으로 정부의 최종 방침을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안에서는 “일본 교과서나 독도문제처럼 중국의 역사 왜곡에도 ‘조용한 외교’정책을 써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2004-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