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고구려'를 지운 속 좁은 중국

중국 외교부가 인터넷 홈페이지의 한국 역사 소개 중 삼국시대에 관한 서술에서 최근 ‘고구려’를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구려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이 결정되기가 무섭게 중국 관영언론들이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는 억지를 펴고 나선게 며칠 전이다.

4월 말까지만 해도 “서기 1세기 전후 한반도 일대에 신라 고구려 백제 등 세 개의 다른 정권이 출현했다”고 소개돼 있었으나 이 중 ‘고구려’가 삭제된 것이다.

어떻게든 고구려를 중국사에 억지로 끌어넣으려는 중국 정부의 음흉함과 집요함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학계는 “고구려사는 중국사의 일부”라고 앞장서 바람을 잡고, 관영 언론은 대(對)국민 세뇌를 담당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을 전후해 뒤에서 조종하던 정부가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중국이 홈페이지에서 ‘고구려’ 석 자를 지운다고 고구려가 자기네 역사가 되리라 생각했다면, ‘역사’(歷史)라는 단어를 처음 만든 민족과 국가로서 스스로 자존심을 저버린 부끄럽고도 치졸한 처신이다. 고구려가 정말로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고 한다면, 수나라와 당나라는 황제가 직접 출동해 자기네 지방 정권의 장수들인 을지문덕, 양만춘과 그렇게 국가의 명운을 건 싸움을 벌였단 말인가.

우리 정부는 말로만 “대응책을 모색하겠다”고 되풀이할 게 아니라 이제 뭔가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학술적 연구와는 별도로, 고구려사가 한국사임을 입증하는 다양한 논리 전개와 함께 치밀한 국내외 홍보전략도 필요하다. 중국이 7000만 한국인들 가슴속에 있는 ‘고구려’의 꿈은 지울 수 없다는 걸 깨닫도록 뜨거운 고구려 바람이 불어야 한다.

(조선일보 200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