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고구려’삭제…한국정부 두달 넘게 몰라

정부는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www.fmprc.gov.cn)에서 한국의 삼국(고구려 신라 백제)시대 중 ‘고구려’를 삭제한 것과 관련해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중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겠다”고 9일 밝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중국 외교부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국 역사를 소개하면서 ‘고구려’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은 중국 민간학술단체의 고구려사 편입 시도와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정부로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외교부 왕이(王毅) 부부장이 2월 방한했을 때 ‘고구려사 문제로 양국관계를 손상하지 않도록 협력하자’고 양국이 합의한 것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시도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능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인 열린우리당 민병두(閔丙두)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일은 중국 정부가 한국의 고구려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동북아의 역사를 왜곡하려는 기도를 표면화하는 것으로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한국 외교부도 중국의 이 같은 고구려사 부정 기도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정부의 안이한 대응 자세도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4월 22일 홈페이지를 개정하면서 ‘한반도에 신라 고구려 백제 3국이 있었다’는 기존 표현에서 고구려를 빼고 ‘신라 백제 등이 있었다’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으나, 한국 정부는 며칠 전에야 이런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언론들이 2일 “고구려는 중국 고대 변방의 소수민족 정권이었다”고 보도했을 때 정부는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도 고구려는 한국 역사라고 공식 인정하고 있다”고 해명했었다.

(동아일보 200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