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주의’ 중국에 등돌리는 친중여론

네티즌 “고구려와 발해 욕심 내지 마라” … 중국 역사왜곡 비난

“고구려는 중국 동북지역 소수민족이 건립한 지방정권이다.”<중국 관영 신화통신>

“(일본 침략의) 과거를 잊는 것은 반역과도 같다.”<중국 주간지 료망신문주간>

중국이 고구려를 자국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역사왜곡을 감행하면서도 일본의 과거 침략역사에 대해서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어 중국의 역사인식에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중국이 침략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있는 일본을 비난할 자격이 있냐는 것이다.

최광식 고려대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중국의 모순점은 이른바 ‘고위금용(현실적 목적에 따라 과거의 것을 활용한다)’에 입각한 것으로, 역사 왜곡도 무방하다는 역사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자국의 역사적 영토를 확장해 현실 국제정치에서 이를 활용하고 자국이 피해 입은 역사는 가해자를 격렬히 비난해 민족주의를 자극하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제28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WHC)에서 중국과 북한의 고구려유적이 동시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됨과 동시에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은 고구려를 자국의 역사라고 주장했다. 신화통신은 2일 “고구려는 역대 중국왕조와 예속관계를 맺은 지방정권”이라고 보도했고 관영 인민일보도 1일 “고구려는 중국의 고대 소수민족”이라고 고구려사 관련 보도를 대대적으로 전했다.

거의 동시에 중국의 타언론매체들은 일본의 침략역사를 상기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 고위층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주간지 료망신문주간은 “중국은 7월7일 잊을 수 없으며, 일본의 침략흔적인 ‘만인갱’을 더욱 잊을 수 없다”고 보도했다. 7일은 일본군군주의가 전면적인 중국침략을 도발한 지 67주년이 되는 날이며 ‘만인갱’은 일본이 중국노동자들을 가혹하게 부리다 생매장하거나 지쳐 사망한 시신을 매장한 곳으로 모두 1만명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인갱’은 랴오닝성을 중심으로 중국 전역 34곳에 분포돼 있다.

이 주간지는 랴오닝성 당학교 리빙강 교수를 인용, “일본군이 중국서 철군시 침략행위에 대한 모든 기록을 소각하고, 현재 일본 우익이 중국침략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인갱은 일본침략군에 대한 생생한 증거이므로 각별히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구려 ‘역사왜곡’을 하고 있는 중국이 일본 ‘역사왜곡’은 ‘각별히’ 주의하고 있는 셈이다.

고구려사의 중국역사편입을 위한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의 비난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의 논리만을 반복하는 중국이 일본에 대해서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원자바오 중국총리는 3월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중일관계의 주요 장애요인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원 총리는 이 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가 중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나라 국민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면서 “일본 지도자들은 역사를 통해 참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국민의 정서를 해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이야말로 고구려사의 중국사 편입시도와 관련 “한국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아시아와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관련 학계와 네티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단 정부도 고구려사와 관련해 중국측에 명확한 의견을 표명한다는 입장이다.

박흥신 외교통상부 국장은 WHC 회의에 참석해 “고구려의 역사는 한반도와 불가분한 역사의 일부분으로 어떤 경우에도 이를 훼손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이디 ‘고녀석’이란 네티즌은 한 토론사이트에서 “땅도 넓고, 인구도 많고, 경제도 발전한 나라가 욕심도 많지”라며 “고구려와 발해를 욕심내지 말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시도와 이에 따른 국내 여론의 악화가 “이제는 미국보다 중국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친중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일신문 200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