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 그래도 국민을 믿고 싶어

최근 김선일 사건 등에 대한 정부의 아마츄어리즘에 분노하는 시민이 많다. 우리는 이것밖에 안 되는가 자탄하는 시민들도 많다. 여기다 계속된 경제적 어려움으로 직장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시민이 많고, 한강에 투신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1960년대만 해도 “한국인은 안된다”는 엽전사상이 팽배했다. 그것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겨우 극복했고 급기야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까지 도래했다. 그런데 한국은 10년째 도약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그간의 인플레를 생각하면 제자리 걸음이 아니라 훨씬뒤쳐진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개혁하라고 ‘개혁을 외치는’ 참여정부를 선택했다. 그러나 결과는 국민을 더 낙담하게 만들었다. 외국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는 지금까지 가장 번영된 시대를 구가했다”고. 이게 무슨 말인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악담이 아닌가?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게 한국인 능력의 한계라고까지 말한다.

나도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려 낙담한 나머지 소주만 퍼 마셨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원래 뛰어난 민족이다. 최근 ‘연개소문을 생각한다’는 책을 읽다가 그 점을 발견했다. 적어도 삼국시대의 한국인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역동적인 민족이었다. 한국 같이 작은 땅덩어리를 갖고 있는 곳에서 오랫동안 3국이 존속했다는 것도 한국인의 역동성을 말해준다. 당시에 삼한은 일본 열도와 만주까지 지배했다. 이러던 우리 민족이 특히 조선조의 유교세례를 받으면서 소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어 움츠려 들었다가 박정희 시대 잠시 되살아났던 것이다.

나는 7백만 붉은악마의 응원이 보여준 우리 민족의 결집력과 IT산업에서의 개가, 한류열풍, 광화문 촛불대회 등에서 고구려 시대에 꽃피웠던 네트워크 군사체제의 원형이 살아나고 있음을 본다. 문제는 그 방향이다. 국론을 분열시키는 방향으로 이 에너지가 발산되어서는 안된다. 방향만 잘 잡으면 우리는 다시 삼국시대의 활력을 꽃피울 수 있다. 국민이여, 다시 손잡고 일어나자. 정부가 저 모양이면 국민이 다시 시작해보자. 월드컵 때 거리로 나가던 그 열정과 에너지를 가지고 난관을 극복해보자.

(한국일보 200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