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학계 역사인식 부재에 실망”

중국 내 신채호선생 유적 6곳 찾아낸 조선족 최옥산교수

중국 조선족 학계에 최근 국내에서조차 아직 명성에 합당한 평가를 못받는 한 애국지사에 대한 연구를 필생의 업으로 삼고 나선 미모의 여교수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말부터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선생이 일제에 의해 체포되기 직전인 1923년까지 약 15년간 항일 투쟁의 근거지로 삼았던 베이징(北京)의 거처등 6곳의 유적을 찾아내 국내 외 학계에 알린 다이와이징지마오이(對外經濟貿易)대학의 최옥산 (崔玉山·36·사진)교수. 국내에서는 베이징에 단재가 머물던 거처가 제대로 남아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데도 그야말로 발로 뛰어 단재가 잡지 ‘천고(天鼓)’를 만들었던 베이징내 거리인 ‘ 차오더우후퉁(炒豆胡同)’등을 발견해내 국내 학계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

최교수는 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근세의 애국자와 관련한 유적 하나에도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한국이, 과연 지금 중국과 소유권 분쟁을 벌이는 고구려사에 대해 어느 정도의 애착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단재의 거처등을 발견해낸 후 이를 한국 정부와 학계에 알렸으나 신경 쓰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민관이 합동으로 역사 인식의 부재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는 “떳떳한 역사를 갖는다는 것은 그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며 “행동과 열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단재의 체취가 서린 유적지가 더욱 급작스레 훼손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는 그의 바람은 아주 소박하다. 지금부터라도 한국 정부가 보훈정책 차원에서 보존이 가능한 차오더우후퉁 정도의 유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약간의 지원 방침만 확정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시간이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이대로 두면 단재와 관련한 베이징의 유적은 영영 사라질지 모른다”고 토로하는 그의 안타 까움은 솔직히 올림픽을 앞둔 베이징의 도시 계획을 보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도시 곳곳에서 대형 공사등이 진행되고 있어 언제든지 예고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하대에서 단재 연구로 지난해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곧 단재의 유적지에 관한 글을 체계적으로 정리, 국내 학계에 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 단재가 고구려에 심취해 베이징 인근의 가오리잉(高麗營)에 자주 들러 민족의 고토(故土)를 향한 절절한 마음을 시로 남겼다는 사실도 공개할 생각이다.

평생의 화두인 단재 연구를 위해 아이까지 갖지 않았다는 그는 인터뷰 말미에서 “민족과 역사에 대한 단재의 순수한 열정을 한국이 진정으로 안다면 그의 유적지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면서 다시 한번 국내의 관심을 촉구했다.

(문화일보 200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