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구려사.독도' 대응수위 고심

'고구려는 중국 지방정부의 일부'라는 중국 관 영매체들의 주장에 이어, 미국 정부기관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독도 분쟁 문제를 부각시키고 나선 것과 관련, 정부가 대응수위 조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시도는 지난 해 '동북공정'(東北工程)에서 벌써 대두됐지만 한국과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학술 차원에서 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어 더 이상 문제는 확대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 정부내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보도 형식을 빌어 이 같은 주장을 집중 부각하고 나선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은 그동안 중국 정부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해온 관영매체인 만큼,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바뀐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정부 안팎에서 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결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대응하는 과정에서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내심 매우 불쾌하면서도 당장 중국 정부에 항의하지 않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와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이 다를 경우 섣불리 대응했다가 자칫 외교문제가 발생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책임있는 중국 고위인사로부터 진의가 무엇인지 부터 우선적으로 파악한 뒤 대응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이미 양국 정부가 우호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학계교 류를 통해 해결하자고 한 바 있는데 중국 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인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주중 대사관을 통해 권위있는 중국 고위급 인사 접촉을 시도중이 며 꼭 한 명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CIA(중앙정보국) 등 해외 100대 유명사이트가 독도 분쟁을 부각시키고 `독도'와 `다케시마'를 병행표기한 것은 정부에 또다른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한반도 역사에 대한 주변국의 침해라는 데에서는 맥락을 같이 하지만 독도의 경우 실제 '땅덩이'가 갔다왔다 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간사이트는 제쳐 놓고라도 미국 정부기관 사이트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대응 해 국제적 이슈화가 된다면 스스로 발목을 잡는 형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CIA 사이트에는 독도를 '독도'도 '다케시마'도 아닌 1854년 프랑스 포경선 '리 안크루호'가 독도를 발견해 명명한 '리안크루'(Liancrut)로 표기되어 있으나 독도가 한국이 다른 나라와 문제를 일으키는 지역으로 설명, 분쟁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우리 땅인 독도가 자칫 분쟁에 휘말려 국제기구에 회부되는 등 국제적으로 이슈화 된다면 우리로서는 좋을 게 없다"며 "무시하는 게 가장 좋은 대응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의 삭제를 요구하는 것은 일본과의 독도분쟁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 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이 국제기구로부터 판결을 받아보자고 까지 나오면 우리로서는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땅이고 우리가 보호하고 있는데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국민감정은 물론 북핵 등으로 미.중.일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시점에 이 같은 사안이 재차 불거지자 정부는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