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고구려] 1. 속셈 드러낸 '동북공정'

중국, 고구려·발해 편입 본격적 추진

북한.중국의 고구려 유적이 지난 1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자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은 일제히 "고구려는 고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외교부가 중국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로 했지만 중국이 쉽사리 태도를 바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은 북한대로 6일 고구려 벽화무덤을 '조선민족의 귀중한 재부(財富)'(조선중앙통신)로 규정했다. 고구려 유적을 둘러싼 남북한.중국의 역사갈등이 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새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중국은 최근 고구려(BC 37~AD 668년)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기 위한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제 3차연도 공모과제를 확정했다.

동북공정을 주도하는 기관은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中國邊疆史地硏究中心. (www.chinaborderland.com). 이 기관은 지난 3월 3차연도 과제를 제시하고 4월에 공모를 마감했으며, 현재 동북공정 판공실(辦公室)에서 응모자들을 심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동북공정 3차 과제 확정

심사 과제는 총 6개 분야의 15개 주제. 주로 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랴오닝(遼寧)성 등 동북 3성의 대학.연구기관들이 제출한 연구 계획서를 검토해 곧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2002년의 1차 과제와 지난해의 2차 과제는 기초조사 또는 자료 정리의 성격이 강했다. 예를 들면 ▶역대 중국 왕조의 변강(邊疆.변두리 국경지역) 정책 ▶동북변강의 이민실태 ▶고구려.발해 관련 자료 분석 등이었다.

그러나 3차 과제는 차원이 다르다. 본격적인 쟁점 연구에 돌입한 것이다. ▶고구려.발해의 귀속문제 ▶고구려.발해 유민의 거취 ▶한반도의 족속과 국가의 기원 ▶고조선의 역사와 족속의 기원 등이 3차 과제에 포함돼 있다.

주목되는 것은 정부의 강한 입김이 작용하는 중국 언론의 변화. 중국 언론은 고구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고구려는 중국 한족의 화하(華夏) 문명의 일부""중원(中原)에 예속됐던 지방 정권"이라고 규정하고 나섰다. 동북공정이 시작된 이후 중국 언론매체가 대대적으로 나서서 "고구려사는 중국사의 일부"라고 단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뉘앙스가 다르다. "학술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쑨자정 문화부 장관) "북한과 협력해 유산의 공동 보전에 힘쓰겠다"(장바이 국가문물국 부국장)는 것이다. 외교 분쟁으로 번지는 일은 피하려는 의도 때문인 듯하다.

*** 언론들 "중국 역사" 한목소리

중국은 향후 교과서 개편 때에 고구려사에 대한 기존의 서술을 바꿔 '중국사의 일부'라는 시각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중국 역사학계는 '일사양용(一史兩用)'의 관점에서 고구려의 평양천도(AC 427년 장수왕)를 기점으로 중국사와 한국사로 구분해 왔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동북지역 지방정권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점차 우세해졌다. 최근에는 부여와 발해도 중국 중원왕조에 귀속된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구려연구재단의 윤휘탁 연구위원은 중국의 3차과제에 대해 "한반도 역사에 대한 귀속권을 주장하고 이를 직접 뒷받침할 수 있는 역사논리의 개발을 주문하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200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