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구려는 위대한 독립 국가였다

중국 내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계기로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이 “고구려는 중국 고대 변방의 소수민족 정권이었다”고 한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 온 관영매체의 이 같은 주장은 헤이룽장(黑龍江) 지린(吉林) 랴오닝(遼寧)성 등 중국의 동북 3성이 최근 몇 년간 추진해 온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프로젝트가 학계의 순수 연구테마가 아니라 명실공히 중국 정부 차원에서 추진돼 온 역사 왜곡 작업임을 자인하고 나선 셈이다.

티베트와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지역이 현재 중국 영토지만 이를 중국 고유문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처럼, 고대 고구려사 또한 중국의 역사로 강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수(隋) 당(唐)의 군대와 맞서 대승을 거둔 고구려 명장 을지문덕과 연개소문이 졸지에 중국인이 되고, 수 당 황제는 소수정권을 상대로 내전(內戰)을 벌였다는 말인가.

그 같은 논리라면 한국 몽골 일본 터키 베트남 중앙아시아 등에 대해서도 향후 중국이 기득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만약 몽골인과 만주인들이 과거 원(元) 청(淸)이 중원(中原)을 지배한 사실을 들어 종주국(宗主國)임을 자처하고 나선다면 중국은 어쩔 것인가.

세계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중국이 과거 한국사로 인정해 온 고구려사를 이제 와서 자국사로 왜곡 격하하는 것은 향후 중국의 국제적 역할과 위상 정립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위기감을 갖고 국회 및 학계는 물론 북한과도 공조해 자랑스러운 역사와 조상을 지켜내야 한다.

(동아일보 200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