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궐과 원제국

북한의 고구려 유적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이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자마자 중국은 “고구려는 우리 지방정부”라고 왜곡하고 있다.
중국의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이 “고구려는 역대 중국왕조와 예속관계를 맺어왔으며 중원왕조의 제약과 관할을 받은 지방정권이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수년전부터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운영해온 마각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 역사상 이민족이 중국을 지배, 이민족 국가를 건설한 때가 여러번 있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민족과 국가는 몽골족의 원(元)나라와 만주족의 청(淸)나라이다. A 오치르 몽골국립역사박물관장은 원나라는 몽골인이 세운 나라라고 강조한다.
아시아와 중국 만주 등을 지배한 원나라는 몽골인이 세운 세계제국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중국이 원나라를 자기네 나라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터키민족이 세운 돌궐(突厥)의 강역이었던 사마르칸트 왕궁터에서 7세기 벽화가 발굴되었다.
이 벽화에는 돌궐의 바흐르만왕과 머리에 새 깃 두개를 꽂은 조우관(鳥羽冠)을 쓴 고구려 사신 2명이 확인되었다.
돌궐도 중국에 조공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지만 돌궐은 분명히 터키민족이 세운 나라라고 터키의 아흐메트 타샤을 교수는 주장한다.
돌궐은 6세기 중엽부터 200년간 몽골고원을 중심으로 활약하고 100년 넘게 중앙아시아를 지배했다.
몽골의 `원'제국과 터키의 `돌궐'이 중국의 지방정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몽골과 터키의 논리를 경청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하겠다.

▼지금은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만주족이 청나라를 세우고 중국대륙과 중국인을 지배했던 사실을 오늘의 중국은 부정할 수도 없고 지방정부라고 우길 수도 없을 것이다.
만주족은 우리나라 고대사에 등장하는 말갈·물길·여진(女眞)으로, 끊임없이 관계를 맺어왔다. 중국의 역사전쟁에 몽골과 터키도 피해를 보고 있다.

(강원일보 200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