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의 막가는 고구려사 왜곡

"오랫동안 오해로 일관한 역사."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지난 2일 고구려사에 대한 특집면에서 사용한 말이다.

과거 중국 왕조들과 역사학자들이 고구려를 한반도의 정권으로 규정한 것은 '오해'라는 것이다. 이제는 고구려를 중국의 '고대 소수민족 정권'으로 다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이 지난 1일 지린(吉林)성의 고구려 유적지를 세계문화유산에 성공적으로 등재한 뒤 각 매체들이 앞다퉈 고구려 역사를 자국의 고대 소수민족 정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환구시보는 "고구려와 그 250년 뒤에 생겨난 고려는 전혀 계승 관계가 없는 사이며 왕씨(王氏.왕건)의 고려는 오히려 신라를 승계한 나라"라고까지 주장한다.

또 "고구려는 (중원의 정권에) 신하임을 늘 표명했으며 조공을 바쳐 왔다"며 고구려가 중원에 예속된 정권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일본과 베트남, 동남아 일부 나라 등 조공을 했던 나라들은 모두 중국의 소수민족 정권이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고구려사에 관해선 학술적 토론을 우선한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쑨자정(孫家正) 문화부 장관이나 장바이(張柏) 국가문물국 부국장(차관급)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북한과 유산의 보존 문제를 두고 협력할 것이며 학술적 교류 등을 넓혀 가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언론은 아무 제약없이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실제로는 언론의 고구려사 왜곡을 방치 또는 방조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고구려사에 대한 중국의 왜곡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뒤지지 않는 것 같다.

(중앙일보 200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