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영문 홈피 ‘삼국사’왜곡 심각

청와대 등 정부의 영문 인터넷 홈페이지가 고구려의 설립연도를 실제보다 훨씬 뒤 시기로 기술하는 등 삼국사를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1일 드러났다. 민간단체들은 고구려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정부는 거꾸로 중국 중심의 식민사관을 받아들이는 안이한 역사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문화관광부는 영문 홈페이지에서 삼국시대에 대해 “(기원후) 1세기쯤 고구려는 국가권력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By the first century, Goguryeo was firmly established as a state power)”고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역사교과서는 설립연도를 기원전 37년으로 기록하고 있다. 특히 홈페이지에는 기원후 313년 쯤 낙랑이 중국 식민지가 아니었음에도 이를 중국 식민지였던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이같은 오류를 발견한 사이버 민간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 단장은 “삼국의 기원을 기원후 300년으로 기록했던 CNN이 최근 기원후 100년으로 슬쩍 수정했다”며 “정부 홈페이지의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국대 윤명철 교수는 “삼국사를 중국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다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Goguryeo’는 바뀐 영문표기법에 따라 ‘Koguryo’로 바꾸고, 중국 표기법인 ‘Lolang’보다 한국식인 ‘Nakalang’을 먼저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홍보원은 1일 반크의 지적에 해당 문단을 삭제한 뒤 고구려가 기원전 37년에 설립됐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해외홍보원은 그러나 이를 청와대 등에는 알리지 않아 왜곡된 내용이 그대로 올라와 있다.

(경향신문 200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