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고구려유적 '세계유산' 등재 안팎

"고구려가 세계의 관심을 끄는 화두로 대두하 고 있습니다"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 원회(WHC) 회의에서 북한과 중국이 심의 요청한 고구려 유적이 '세계유산'으로 개별 등재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회의장 주변에서는 '고구려'의 존재가 새삼 주목받고 있 다.

특히 역사상 한 세력주체를 놓고 북한과 중국이 서로 '몫'을 주장하고 있는데다 한국이 가세하면서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데 대해 각국 참가자들은 그 배경과 향후 추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과 북한의 고구려 유적 어떤 차이있나= 무엇보다도 고구려 유적의 규모에 서 큰 차이가 있다. '고구려 고분군(The Complex of the Koguryo Tombs)'이란 이름 으로 북한이 지난 2002년 등재 신청한 유적은 모두 5개 지역 63기(벽화 고분 16기 포함)의 고분.

하지만 중국은 '고구려의 수도와 왕릉.귀족묘(Capital Cities and Tombs of Ancient Koguryo Kingdom)'를 신청했다. 여기에는 현재 중국 영토 안에 있는 고구려의 옛 도시지역을 묶어서 유산으로 등록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두고 "고구려사가 중국사의 일부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는 속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수도(Cities)가 복수로 표기된 것은 고구려의 첫번째 도읍(기원전 37-서기 3년)이었던 랴오닝성 환런(桓仁.졸본)과 두번째 도읍(서기 3-427년) 지린(吉林)성 지안(集安.국내성)을 망라했기 때문.

결국 북한은 단순히 고분만을 대상으로 올린데 비해 중국은 고구려 역사도시 전체 유적을 지역별로 구분해 등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객관적인 잣대로 보더라도 중국측 유적이 규모면에서 월등히 우세해 보이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다시말해 북한의 고구려 유적을 중국측에 대등하게 격상하려면 차후에 북한내 왕경 유적을 전체로 묶어 다시 등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석굴암과 불국사가 먼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데 이어 경주 도시 전체를 다시 등재했던 것과 같은 경우 이다.

이 문제는 향후 고구려 유산 등재이후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 다.

▲남북 한목소리로 대응= "북한이 아주 작심하고 나섰습니다. 남북이 하나가 돼서 공동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 한국측 수석대표로 나선 박흥신 문화외교국장은 28일 회의 개막이 후 북한측과 협의를 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 2002년 평양의 동명왕릉 주변의 고구려 고분 등 63기의 고구려 고분군에 대해 처음으로 유산 등재를 신청했으나 지난해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국제기 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평가보고서에서 일부 유적의 원형 훼손과 고분 비공개 등 의 이유로 보류권고를 받아 결국 일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북한 대표단은 매우 적극적으로 세계 유산 등재 로비활동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측 대표단이 막판까지 북한 지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박흥신 단장은 물론 이혜은 동국대 교수 등 그동안 ICOMOS에서 활동해온 인물들을 총동원해 각국 대표단을 설득해왔다.

이혜은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문화유산을 등재하는 자리에 한국이 적극 돕는다면 향후 남북한 학술교류 등을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협력 분위기를 반영하듯 28일 저녁 주최국 초청 대표단 만찬에서 남북 대 표단은 나란히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박흥신 단장은 "고구려라는 공동의 공간을 매개로 남북한의 정서를 하나로 묶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중국과도 갈등이 아닌 우호적인 대화를 통해 고구려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2004-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