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학자도 "고구려는 한국史"

“몽골인들이 세운 원(元) 제국은 중국이 아니라 몽골 역사의 한 부분입니다. 한국인이 세운 고구려 역시 한국의 역사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2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 고구려연구회와 한국청년회의소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 ‘고구려의 정체성’에 발표자로 참석한 아 오치르 몽골국립역사박물관장의 말은 중국인들에겐 상당히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현재의 중국 영토에서 일어난 역사는 모두 중국사”라며 고구려를 자국사에 편입하려는 시도가 또 다른 역풍을 불러일으킨 셈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 쑤저우(蘇州)에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와 동시에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일본·미국·터키·러시아 등 제3국 학자들이 참석해 ‘동북공정’의 허구성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성과는 고구려를 둘러싼 ‘역사 분쟁’이 한국과 중국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켰다는 점이다.

한국·몽골·일본·터키·베트남과 중앙아시아 등,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중국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접 국가들 모두 ‘동북공정’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외교관계의 한 형식이었던 ‘조공·책봉 제도’를 중앙과 지방정부의 관계로 왜곡하는 한 자신들의 역사를 중국에 빼앗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제3국 학자들의 지적은 결국 ‘팽창적 중화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학술적 경고이고, 이것은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라고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이날 정작 당사자인 중국 학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3명의 학자들이 발표문만 보낸 채 방한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주최측은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고구려 유적 등재 여부가 결정될 6월 말까지는 출국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역사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는 쪽은 도대체 어디인가?

(조선일보 2004-6-28)